연공서열을 최대한 배제하고, 승리한 경기에서 활약한 기여도를 측정한 승리 공헌도(윈셰어·WS) 50%와 내부고과 50%를 합산해 선정하는 신연봉제를 도입하며 LG가 기대한 것은 동기부여였다. '잘한 선수에는 확실한 보상, 못한 선수는 대폭 삭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역대 연봉 최다 삭감액도 신연봉제를 도입한 LG에서 나왔다. 2010년 5억을 받았던 박명환은 그해 4승6패에 그치며 90%가 삭감된 5000만원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삭감액만 4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폭 삭감만큼의 상승은 찾기 어렵다. 신연봉제가 '채찍'은 될 수 있어도, '당근'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신연봉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선수는 오지환(23)이다. 오지환은 데뷔 2년차이던 2010년 주전 유격수로 나서며 타율 0.241·85안타·13홈런·61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해 2400만원이던 그의 연봉은 신연봉제가 처음 적용된 2011년 325%가 오른 1억200만원으로 뛰었다. 가장 큰 상승액은 박현준이 기록했다. 그는 2011년 팀 내 최다승(13승)을 기록하며 4300만원에서 8700만원(202%) 오른 1억3000만원에 2012시즌 재계약했다. 신연봉제 도입이후 FA 해외파 이병규를 빼고 1억원 이상 연봉이 오른 선수는 아직 없다.
지난 시즌 LG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26세이브를 올린 봉중근은 올해 연봉 대폭 인상이 예상되었으나 동결(1억5000만원)로 마무리 됐다.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자의 연봉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특징도 보인다. LG의 한 선수는 "깎을 땐 확실하지만, 올릴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활약에 희비가 엇갈리는 신연봉제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부담을 동시에 안길 수도 있다. 팀과 자신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이듬해 부진에 빠지는 선수가 보인다는 것이 그 증거다. 오지환은 2011년 손바닥 수술을 받고 63경기 출전에 그쳐 연봉이 5400만원이나 깎였다. 2011년 데뷔 첫 해 활약하고 8000만원을 받은 임찬규 역시 작년 1승에 그쳐 38% 삭감된 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LG에는 투수 이동현과 내야수 이병규(등번호 7번) 등 한 해 잘하고 한 해 못하는 선수들이 꽤 많다. 해마다 널 뛰는 경기력은 LG 구단에도, LG 선수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신연봉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거듭 실패한 LG가 성과주의를 표방하며 내놓은 것이다. 도입 취지는 좋았다. 선수들에 '잘하면 나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확실한 자극을 준다. 하지만 그 후에도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LG는 2011시즌 6위, 2012시즌 7위에 머무는 등 10년째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신연봉제 하에서는 내가 잘해도 팀이 못하면 상승폭이 줄어든다. 결국, 성적 부진에 따른 미진한 보상은 신연봉제에 대한 피로도를 높이고, 이런 피로도가 다시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연봉제가 자충수가 된 셈이다. "누구를 위한 연봉 시스템인지 모르겠다"는 한 선수의 말은 그래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