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이머와 게임업체들 사이에서 '개념 의원'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이 있다. 바로 전병헌(55) 의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전 의원은 모두가 게임 규제를 외칠 때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자신들의 일임에도 정부나 학부모 단체 등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있어도 앞장서서 게임계의 입장을 대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연초부터 업계의 반발을 불러온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셧다운제 강화 법안에 맞서 완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 의원은 또 24일 한국e스포츠협회장으로 추대돼 침체에 빠진 한국 e스포츠의 구원 투수로도 나선다. 게임계의 '수호신'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전 의원을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다른 국회의원들보다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큰 것같다.
"다른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이다. 그리고 게임이 현재 우리나라 콘텐트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문화콘텐트 수출 중 게임의 비중이 55%로 K-POP과 비교해서 13배에 달한다. 게임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처럼 향후 우리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을 해본 적이 있나.
"아들이 초등학생 때 처음 접했다.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이의 지능발달이나 사고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삼국지 게임을 사줬다. 나중에 아들이 나관중 삼국지를 시작으로 이문열 삼국지는 10번 이상 읽는 것을 봤다. 게임이 사회학습이나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대하는 좋은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요즘도 가끔 대학생이 된 두 아들과 함께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을 즐기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게임 때문에 자녀를 야단치거나 화를 낸 적은 없나.
"아내가 때때로 아들에게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할 때가 있다. 나도 밤 늦게 아들이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철딱서니 없는 아빠라고 핀잔을 듣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게임규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의 셧다운제 강화 입법과 게임업체 매출 1% 강제기금조성법은 박근혜 당선인이 게임을 5대 글로벌 킬러콘텐트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도박보다 더 심하게 규제하는 법률안이다. 말로는 진흥을 외치면서 규제를 실행하는 것은 잘못이다. 매출 1% 강제기금은 현재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6대 도박산업(카지노·경마·경정·경륜·토토·복권)이 순매출액 대비 0.35% 기금을 내는 것에 비춰보면 도박보다 더 나쁜 산업으로 게임산업을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준비하고 있는 셧다운제 완화 법안의 내용은.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 자체 연구용역결과에서도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숫자는 0.3% 감소한 반면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위한 주민번호 도용은 40%에 달하고 있다. 게임 감소 효과는 없는데 범죄행위를 하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모바일게임의 사전심의제로 애플과 구글이 오픈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없애면서 이른바 ‘모바일 난민’만 양산했을 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반면 1인 창조기업이나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부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청소년을 셧다운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바일게임을 셧다운 대상 게임에서 제외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주 중에 발의할 예정이다."
-게임규제 반대에 대해 학부모 등의 시선이 곱지 않다. 부담되지 않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 부담이 안될 수 없다. 만약 사회적 공론으로 게임이 사행산업이고 중독산업이라고 규정하면 그 논리에 따라서 지원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게임을 미래형 콘텐트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규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잘못이다. 잘못된 말과 행동이 게임회사를 꿈의 직장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산업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누군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게 됐다.
"e스포츠계의 목소리가 약한 것 같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몇 년 사이에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 따라잡히기 일보직전이다. 나름대로 목소리를 모아서 강력하게 대변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