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두 달여의 시간을 되짚어본 김시진(55) 롯데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14일 롯데의 15대 사령탑에 올랐다. 롯데는 김 감독이 1992년 마지막 선수 생활을 불태운 곳이다. 그러나 20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는 롯데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김 감독은 취임 후 사직과 상동구장으로 출근하면서 선수단 파악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지난 22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사이판으로 떠났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올 시즌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어떤 일에 중점을 뒀나.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선수들을 파악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기존 선수들보다 새로운 선수들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더 보낸 것 같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선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아직도 선수들을 더 알아가야 한다."
-부산 생활을 오랜 만에 하게 됐다.
"처음이 아니라 어색하지 않다. 1989년부터 92년까지 이곳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물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변해 있더라. 아직은 어디 가려면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인천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었는데, 부산은 혼자 내려와 모시지 못하게 됐다. 아내가 인천과 부산을 오가고 있어 고생이 많다."
-부산 팬들의 뜨거운 열기는 실감했는지.
"아직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시즌이 들어가면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어딜 가든 팬들이 알아보신다. '우리 감독님, 올 시즌 롯데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감독님, 항상 파이팅입니다.'라고 응원해 주시더라. 부산 팬들은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우리' 롯데, '우리' 선수…. 인상적이면서 기분도 좋았다."
-롯데 팬들은 성적에 민감한 편인데.
"팬들은 당연히 좋은 성적을 원한다. 롯데가 약팀도 아니고, 최근 5년간 가을잔치를 한 팀이 아닌가. 이제는 우승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팬들의 반응이 엇갈릴 것이다. 나는 칭찬도 받고 욕먹을 준비도 돼 있다. 그 정도는 감수할 생각으로 롯데 감독을 맡았다."
-취임 후 '우승청부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부담은 없는지.
"성적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피하고 싶지 않다. 롯데가 나를 원한 이유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다. 프로 감독과 선수라면 우승은 당연한 목표이지 않은가. 선수들도 분명 욕심이 있을 것이다."
-선수 육성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우승청부사는 아니라는 반응도 있는데.
"우승은 도전할 기회가 주어져야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승권 팀에서 도전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첫 경험이다. 그런 지적에는 개의치 않는다. 지금의 롯데 전력으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넥센에서는 선수 육성이 중점이었지만 롯데에서는 1승, 1승이 중요하다."
-롯데 선수들은 밖에서 본 것과 무엇이 달랐나.
"선수들의 팀 워크나 개인적인 능력은 밖에서 본 것처럼 뛰어났다. 그러나 안에서 선수들과 만나보니 예상 밖으로 너무 착하다. 성품이 온순하다고 해야 할까. 좀더 독을 품었으면 좋겠다. 집중력을 갖고, 승부욕에 불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스프링캠프가 끝날 때까지 경쟁 체제를 유지하려는 이유다."
-마운드 재건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크다.
"취임 때부터 '선발진 안정'을 강조해왔다. 야구는 '투수놀음'이지 않은가. 타자들의 방망이는 여전히 좋다. 마운드가 안정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본다. 투수 자원은 많다. 중요한 건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민태 투수코치가 선수들을 잘 지도하고 있다."
-이웃에 있는 NC가 롯데를 라이벌로 지목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NC는 나머지 8개 구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물론 우리가 다 이길 수도 있고 의외로 당할 수도 있다. NC와의 상대 승률이 5할이 되지 않더라도, 작년보다 전체 승률이 좋아진다면 상관 없다.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건 NC의 생각일 뿐인 것 같다.(웃음)"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는데 앞으로 계획은.
"사이판에서 큰 그림을 그린 뒤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세밀한 부분을 채워나갈 예정이다. 아직 '선발 로테이션이 어떻다' '마무리 투수는 누구다'라고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해왔다. 시즌 개막까지 최상의 전력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