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15일.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 2-0으로 앞선 SK는 5회초 내리 3점을 내주며 2-3으로 역전 당했다. 하지만 5회말 곧바로 안타와 볼넷을 묶어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었고 김성근 당시 SK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6번타자 김강민 타석 때 '백전노장' 박재홍을 대타로 내세웠다. 노련한 박재홍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9-5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프로 17년 통산 6097타수를 기록한 박재홍(40)이 기억하는 최고의 한 타석은 의외로 소박했다. 박재홍은 25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2010년 삼성과의 KS 1차전 5회 대타 타석'을 잊을 수 없는 한 타석으로 꼽았다. 데뷔 첫 해인 1996년 30(홈런)-30(도루)에 가입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섯 번 경험한 스타플레이어치고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는 "당시 위기 상황에서 오승환이 등판했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주자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내보내주셨다. 결과는 1타점을 올린 밀어내기 볼넷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과의 맞대결도 자신 있어서 정말 나가고 싶었던 타석이었다. 감독님의 지시를 받고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그 짧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박재홍은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 김재박 감독과 김용휘 사장을 꼽으며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고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은퇴식 현장을 찾은 민경삼 SK 단장에게 "감사했습니다. SK에서도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셨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박재홍은 "최근에도 현역에 대한 의지가 있어 훈련을 소화하고 준비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공식적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향후 박재홍은 케이블 채널인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야구 해설을 맡아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