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프리미어리거 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은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으로 장흥중 시절 김동군 감독과 광양제철고 시절 김인완 감독을 꼽는다. 김동군 감독은 여전히 장흥중 축구부를 이끌고 있고, 김인완 감독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대전 시티즌 감독으로 부임했다. 두 감독은 윤석영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소식을 듣고 "언젠가는 성공할 줄 알았다"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이유는 타고난 실력, 뛰어난 기술이 아닌 '한결같은 성실함'이었다.
김동군 감독은 중학교 시절 윤석영에 대해 "결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윤석영은 50kg대의 아주 갸날픈 소년이었다. 김 감독은 "무척 빨랐지만 너무 체격이 왜소해서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고 말했다.
거기다 윤석영은 또래보다 축구를 늦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축구를 시작해 항상 "축구를 늦게 시작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본기가 부족해 초등학교를 1년 더 다니기도 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선수였지만 오직 '성실함'으로 모든 단점을 극복했다. 김동군 감독은 "석영이는 남들이 놀 때 훈련을 하는 아이였다"고 전했다.
윤석영도 학창시절에 대해 "전날 9시에 잠들어 6시에 혼자 일어났다. 운동장에 나가 매일 리프팅을 했다. '오늘은 100개를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나갔다"고 했고, 또 몸을 키우기 위해 "복근 팔굽혀펴기를 해서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또 크로스와 슛 연습을 했다. 매일 슛 10개를 구석에 꽂아 넣지 않으면 숙소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해 악바리 근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김인완 감독도 "윤석영의 성실함에 반했다"고 표현했다. 김인완 감독은 장흥중에서 활동하는 윤석영의 모습을 보고 광양제철고에 적극적으로 영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인완 감독은 "체격은 갸날펐지만, 스피드와 왼발 사용 능력이 참 좋았다"며 "무엇보다도 인성이 된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윤석영은 광양제철고에 진학해 힘이 붙으면서 체격도 커지고 실력이 늘었다. 축구 명문고였기에 대회에 나가 우승 경험도 해봤다. 고교 인기스타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결코 거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인완 감독은 "보통 잘하는 선수들은 겉멋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은 십중팔구 대성하지 못한다"며 "석영이는 항상 '부족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프로에 가고, 올림픽 대표팀으로 메달까지 땄지만 윤석영의 겸손함은 여전하다. 두 감독은 이런 모습 때문에 윤석영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명 고비는 있을 것이다. 두 감독 모두 "석영이는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전부라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다소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동군 감독은 "석영이는 긍정적이다. 항상 그랬듯이 QPR에서도 안 보이는 곳에서 궂은 일을 열심히 하면 분명 빛을 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공격수가 아닌 점도 슬럼프 없이 활약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군 감독은 "공격수의 경우 골, 도움 등을 바로 기록하지 못하면 금방 좌절에 빠질 수 있지만, 석영이는 맡은 자리에서 수비를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완 감독은 "석영이의 능력이라면 분명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석영이는 수비도 잘하지만 공격력도 있기 때문에 오버래핑, 왼발 크로싱 등 장기를 간간히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