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투수는 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WBC에서는 그렇지 않다. 단기전인 데다 투구수 제한이 적용되는 대회 특성 때문에 선발보다 불펜 운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투수가 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공은 1라운드 65개, 2라운드는 80개, 4강부터는 95개로 제한돼 선발투수라도 긴 이닝을 소화하기 어렵다. 우승 후보인 한국·일본·미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불펜을 더욱 강화하는 이유다.
한국 대표팀은 류현진(26·LA 다저스)과 김광현(25·SK) 봉중근(33·LG) 등이 빠져 확실한 선발은 윤석민(27·KIA) 정도밖에 없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선발 요원 2명이 연달아 등판하는 '1+1 작전'을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차우찬(26·삼성)과 윤희상(28·SK) 등이 4~5회쯤 등판하는 '+1 선발'을 맡을 전망이다. 류 감독은 "선발투수 다음에 나오는 '두 번째 투수'가 중요하다. 나머지 선발 자원과 길게 던질 수 있는 불펜투수를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팀은 에이스급 선발들을 불펜으로 돌리는 전략을 짰다. 지난해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선발 셋쓰 다다시(31·소프트뱅크)를 불펜으로 기용할 예정이고, 지난해 탈삼진왕 노미 아츠시(34·한신)도 이른바 '두 번째 투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일본 선발 요원 마에다 겐타(25·히로시마)와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는 모두 오른손 투수다. 때문에 왼손 노미를 뒤로 빼놓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쓸 방침이다. 왼손 선발자원인 스기우치 도시야(33·요미우리)도 불펜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선수 선발 때부터 불펜을 중시했다. 조 토리(73)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7월 기자회견에서 "불펜야구를 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투수 예비 엔트리 14명 중 불펜투수만 10명을 포함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에 오른 크렉 킴브렐(25·애틀랜타)을 비롯해 히스 벨(36·마이애미)·크리스 페레스(28·클리블랜드) 등 소속팀에서 주전 마무리를 맡고 있는 투수가 3명에 이른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회 특성상 경기를 불펜 싸움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투구수 제한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승리의 포인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