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삼 KEPCO 감독이 설날인 10일 저녁 경질됐다. KEPCO는 “V-리그 19연패로 침체된 팀 분위기 쇄신과 팀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신춘삼 현 감독을 경질하고, KEPCO 배구단의 선임코치인 이재구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감독 경질 발표에 앞서 KEPCO는 10일 낮에 열린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며 이번 시즌 연패 숫자가 '19'로 늘어났다. KEPCO는 시즌 초반 러시앤캐시에 첫 승을 거둔 이후 19연패를 당해 현재 1승 21패(승점 4)로 최하위다.
▶감독 경질이 만병통치약?
구단은 팀 성적이 부진하면 꺼내드는 것이 감독 경질 카드다. 팀 분위기를 쇄신시키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2012-13시즌에 감독 경질은 KEPCO가 두 번째이다. 대한항공이 1월 초 올스타전 휴식기에 신영철 감독을 총감독으로 승격시켰고, 이후 김종민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신영철 감독의 경질이었다.
그런데 당시 대한항공은 8승7패(승점 26)로 4위였지만, 승점을 놓고 보면 2위였던 LIG손해보험(승점 28)과 겨우 2점에 불과했다. 올 시즌은 LIG의 전력 상승, 러시앤캐시의 돌풍 등으로 여느 해보다 혼전 양상이었다
대한항공은 4라운드부터 감독대행 체제로 들어갔고 10일 현재 LIG를 승점 2점 차이로 제치고 3위에 올라있다. 감독 경질로 인해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고 할 수 없지만, 감독 교체 효과 덕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김종민 감독대행 체제 이후 4승2패를 거뒀다. 승률은 높아보이지만 3-2 승리가 세 차례나 되면서 승점은 10점만을 추가했다. 지난 3일 KEPCO에 두 세트를 먼저 잃고 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될 뻔하다가 5세트 접전끝에 겨우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초반 팀의 살림꾼 곽승석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 시즌 리시브 1위와 수비 1위로 기여했던 곽승석이 빠지면서 수비가 흔들렸다. 최근 곽승석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팀이 4연승을 거두고 있다.
▶성적 부진이 감독 혼자의 탓?
신춘삼 감독은 지난 시즌 KEPCO를 창단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시즌 후반 터진 승부조작 파문으로 KEPCO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코트를 떠났다. 주전 레프트 2명과 주전 세터 2명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빠지면서 전력은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KEPCO의 첫 준플레이오프는 현대캐피탈에 2연패를 당하며 싱겁게 끝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크게 보강하지도 못했다. 대한항공에서 뛰던 장광균과 신영수를 데려왔지만 빠진 전력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시즌 개막 때부터 최하위 전력으로 꼽혔다. KEPCO 구단도 신춘삼 감독을 경질하면서 "연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신춘삼 감독에게 있지는 않지만 더 이상 배구팬과 KEPCO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수 없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일의 앞뒤가 바뀌었다. 성적을 내기 위해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다. 배구계에서 'KEPCO는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감독을 교체한다고 연패를 끊는다는 보장은 없다. 3위싸움이 치열한 탓에 상위권팀들은 KEPCO 상대로 필승의 각오다.
KEPCO는 감독 경질 발표와 함께 향후 계획도 언급했다. 시즌 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 감독을 선임하고, "구단주인 조환익 사장이 오는 5월 FA 적극 참여 등 우수선수 확보를 통해 배구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공염불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KEPCO의 발표대로 과감한 투자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을 맡는 감독 역시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