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훈훈해서 더 긴장되는 빅매치, 맨유-레알
좀처럼 볼 수 없는 빅매치다. 그런데 경기 전 분위기는 의외로 훈훈하다.
14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잉글랜드와 스페인 클럽의 자존심 맞대결로 흥미를 모은다. 두 팀의 공식 대회 맞대결은 지난 2002-2003 챔피언스리그 8강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결승전보다 더 결승같은 빅매치에 유럽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경기가 열리기 전 양 팀의 분위기는 빅매치치고는 따뜻하다. 필요할 때마다 독설을 내뿜는 사령탑들조차 서로를 치켜세우느라 분주하다.
주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11일(한국시간) 열린 맨유-에버턴 경기를 영국 맨체스터에서 직접 관전한 뒤 상대팀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향해 '무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다시 만난다. 영광스럽다"면서 "퍼거슨 감독은 세계 축구사에서 위대한 역할을 하신 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전히 그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것이다"며 퍼거슨 감독을 높이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내가 FC포르투에서 시작해, 첼시, 인터 밀란, 그리고 지금 레알 마드리드에 있지만 퍼거슨 감독과의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을 향한 존경심도 이어가고 있다"며 퍼거슨 감독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평소 독설로 유명한 사령탑의 입에서 훈훈한 말들이 계속 이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초에도 퍼거슨 감독을 '내 형(My Brother)'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훈훈한 분위기는 무리뉴, 퍼거슨 감독의 깊은 친분 때문이다. 두 감독은 종종 따로 자리를 만들어 와인을 즐겨마셨을 정도로 10년전부터 꾸준하게 친분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2월, 16강 대진이 짜여진 직후에도 퍼거슨 감독은 "좋은 와인을 준비해야겠다"며 무리뉴 감독과의 만남을 기대하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미 이번 대결을 앞두고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바로 옛 제자이자 레알의 주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 때문이다. 호날두는 2003년부터 여섯 시즌동안 맨유에서 맹활약했다 2009년 레알로 이적했다. 이적 후 첫 맨유와의 맞대결이지만 퍼거슨 감독은 홈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맨체스터 지역 매체와 인터뷰에서 "맨유에서 뛰던 6년간 호날두는 계속 성장했다. 정말 환상적인 선수"라면서 또한번 옛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훈훈하지만 그래도 승리에 대한 의지는 숨길 수 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11일 인터뷰 막바지에 "세계가 원했던 경기에서 우리가 꼭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고, 퍼거슨 감독도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등 3개 대회 우승)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전운이 서서히 감돌고 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