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 것도 없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24·스완지시티) 얘기다. 기대했던 스완지시티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코리안 더비는 무산됐지만,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엔 숨겨진 얘깃거리가 무궁부진하다. 기성용과 스완지시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EPL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 스완지시티 훈련장은 인조잔디?
퀸즈파크레인저스와 경기 전날인 8일(현지시간) 방문한 스완지시티 훈련장. 유난히 푸른 잔디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인조’였다. 놀란 취재진을 보자 스완지시티 관계자는 훈련장 바로 옆 공사장을 가리켰다. 그는 “클럽하우스와 운동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인조 잔디라고 해서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축구협회 회장은 “입단 전에 성용이가 훈련 구장이 인조 잔디라고 하더라”며 “인조지만 그 아래 쿠션이 있어서 푹신하다. 한국의 딱딱한 인조 잔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천연 구장인 리버티 스타디움에도 3%의 인조 잔디가 섞여 있다. 그래야 잔디의 뿌리가 더 튼튼하게 내리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잔디 관리에 공을 쏟는다. 겨울철 부족한 일조량을 메우기 위해 하루에 일정시간 조명을 쬐어 잔디를 자라게 한다. 겨울에도 부드럽고 푸른 잔디 위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
▶더 호화로운 2부리그
스완지에서 한 시간 거리인 웨일스의 주도 카디프. 카디프엔 김보경의 소속팀 카디프시티가 있다. 2부 챔피언십에 속해 있지만 클럽하우스나 훈련장 등 인프라는 스완지시티를 능가한다. 리조트 내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엔 재활과 개인 운동을 위한 시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천연 잔디 훈련장도 2개나 된다. 카디프시티의 역사는 100년 전통의 스완지시티보다 더 오래됐다. 서로 앙숙인 두 팀의 경기는 웨일스 더비로 유명하다.
#선수들도 유니폼을 빨아 입는다?
스완지시티 선수들이 홈 경기 때 입는 금색 문양의 하얀색 유니폼은 100주년 기념으로 올 시즌에만 나온다. 희귀 아이템이지만, 이 유니폼이 진짜 희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니폼은 현재 리버티 스타디움의 팬샵을 비롯해 어느 매장을 가도 구입할 수 없다. 완판됐기 때문이다. 스완지시티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게 화근(?)이었다. 찾는 사람이 늘면서 유니폼은 진작에 동이 났다. 불똥은 선수들에게 튀었다. 선수들 역시 여분의 유니폼을 구할 길이 없다. 선물은커녕 지금의 유니폼이 약간 헤져도 빨아서 입을 수밖에 없다. 스완지시티 관계자는 “리그컵 결승전이 열리는 런던 웸블리에서 유니폼을 팔면 좋을 텐데 남은 분량이 전혀 없다”고 아쉬워 했다.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 첫해인 지난 시즌 11위를 기록한 스완지는 올해는 중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리그컵 결승에도 오르며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눈앞에 있다.
▶유니폼 짠돌이 EPL
EPL 어느 구단이든 선수에게 지급되는 유니폼은 얼마되지 않는다. 다른 팀 선수와 유니폼을 주고 받고 나면 다시 제 돈 주고 유니폼을 사야 한다. 영국에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유니폼을 빨래통에 집어 넣는 게 익숙한 풍경이다.
#드레스코드 ‘블랙 수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 수트다. 프로 선수에게 그라운드는 곧 일터다. 출퇴근 할 땐 그들도 직장인처럼 정장 차림을 한다.
9일(현지시간)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QPR과 리그 홈 경기를 끝낸 기성용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그는 “트레이닝 복이 더 편하지만 홈 경기 땐 이렇게 입어야 한다. 이젠 불편하지 않다”며 웃었다. 스완지시티 외 많은 EPL 구단들이 홈 경기 드레스코드로 정장을 택하고 있다. K리그엔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정장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