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부리그 강등. 쓰라린 아픔과 눈물은 이제 사라졌다. 불과 두달만에 광주 FC는 활력넘치는 팀으로 달라졌다. 여범규(51) 광주 감독이 몰고 온 변화다.
여 감독은 현역 시절 빠르고 지능적인 플레이로 서울올림픽 국가대표까지 올랐던 미드필더 출신 지도자다. 1986년부터 7시즌동안 대우 로얄즈에서 141경기 11골·8도움을 기록했을 정도로 프로 경험도 많았다. 은퇴 후 그는 광양제철고, 울산 현대고 등에서 각종 전국 대회 우승을 일궈낸 '준비된 지도자'였다. 그는 말수가 적지만 결단력있는 지도력으로 맡는 팀마다 높은 신뢰를 보여왔다.
그랬던 여 감독도 프로 감독을 맡아 스스로 달라졌다. 2011년, 광주 창단 때부터 수석코치를 맡아 2년만에 개인 첫 프로 감독까지 오른 여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은 팀을 위해 "나부터 달라지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항상 훈련 전에 가벼운 농담으로 선수들의 분위기를 풀어주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했다. 그런 여 감독의 적극적인 소통, 뚜렷한 지도력 덕분에 광주는 사상 첫 1부리그 승격이라는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여 감독은 "1류 광주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만 한 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전지훈련 분위기가 좋은 것 같은데.
"1·2차로 나눠 장기적으로 합숙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중국에만 갔는데 국내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날씨, 훈련 여건 등에서 다른 곳에 나가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하게 됐다. 2부리그로 강등돼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측면에서도 진행했는데 만족스럽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
- 중국에서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1차 일본 전훈에서는 체력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고, 2차 중국 전훈에서는 전술적인 부분을 다듬는데 주력했다. 많이 좋아졌다. 패스, 수비 조직,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부분, 공수 움직임 등 전술적인 부분을 많이 다듬었는데 알차게 잘 훈련한 것 같다. 사실 중국 팀과 연습경기는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패스 위주의 빠른 축구로 전체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듯이 조직적인 축구를 하자는게 많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 선수들에게 농담을 자주 한다고 하는데.
"허무한 개그를 많이 하는데 선수들이 그냥 잘 보이려고 일부러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선수들하고 얘기도 많이 해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수평적인 관계도 정립될 수 있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직적인 관계보다 동등한 입장에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게 좋다."
- 감독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래도 2년동안 광주에서 있었기 때문에 팀을 파악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미드필더 플레이, 패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선수들한테 많이 주입시켰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선수들에게 책임의식을 요구했다. 누구 하나가 아닌 팀 전체가 책임을 갖고, 올해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졌다. 1부리그로 다시 올라가면 우리 팀이나 선수 개인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의욕을 많이 불어넣으려 했다."
- 1부리그로 다시 올려야한다는 부담감은 없지 않나.
"고교팀 감독을 맡았을 때와 기분이나 자세가 달라진 건 맞다. 감독으로서 부담이 없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부담감이 있다고 선수들이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1부리그에 올라가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구단에서도 많이 지원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만큼 정면돌파할 생각이다."
- 새 선수에 대한 기대는.
"박병주, 마철준, 정경호, 카시오 등이 새로 들어온 핵심 선수들이다. 박병주는 2011년에 우리 팀에 있었던 수비수로 주장까지 맡겼다. 병주 덕분에 우리 팀의 수비진은 작년보다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본다. 올해 33세인 마철준은 우리 팀의 약점이었던 경험 부족을 해결해줄 자원이다. 정경호는 내가 요구하는 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며, 카시오도 상당수 빠져나간 공격진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공격수, 섀도 스트라이커 한 명을 보강하려 하는데 외국인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
- 이승기, 박기동, 김동섭 등 핵심 전력이 나가서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재정적인 여건이 안 돼 그 선수들을 잡을 수 없었던 건 안타까웠다. 그래도 각 팀에서 선수들을 데려와 다시 맞춰가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고, 당연히 안고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려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현 상황에 맞춰서 잘 다져가야 한다."
- 여범규 감독의 축구 철학, 모토는 무엇인가.
"미드필더에서 볼 소유를 많이 하고,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강조하는 축구다. 이는 고교팀 감독을 했을 때부터 갖고 있던 철학이다. 그동안 광주 축구가 둔탁하다는 말이 많았다. 보다 빠른 축구, 개성있는 축구로 팬들이 봤을 때 재미있는 걸 추구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에 소통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지내보고 싶었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질책보다 격려가 더 중요하다. 실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 구단의 지원에 대한 생각은.
"올해 단장님도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단이나 시에서 2부리그에 강등돼도 지원을 많이 해주겠다고 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원룸형 숙소로 옮기는 등 선수들의 복지 개선도 있었다. 계속 좋아질 것으로 본다."
- 올 시즌 운영 계획은 어떤가.
"국가대표 출신이 많은 상주 상무, 경찰청 등에 비해 처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시즌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가려 한다. 처음부터 밀고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끝까지 운동장을 찾은 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했다. 광주 시민구단이 2부리그로 떨어져 2류 광주시민으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데, 1부리그로 다시 진입해 '1류 광주시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광저우(중국)=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사진 제공= 광주 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