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황 설정도, 위기 조장도 없었다. 조작 논란에 휩싸인 SBS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이 담백한 편집에 애를 썼다.
조작 논란 후 지난 15일 첫 방송을 한 '정법'은 억지 설정을 최대한 자제한 채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드는데 치중했다. 이날은 병만족이 갈라파고스 섬 국립공원에서 생존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병만족이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러운 여권 검사를 받은 끝에 경유지에서 하차를 요구받는 등 돌발 상황은 있었지만 '정법'에서 논란을 부추긴 잦은 위협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제작진은 '불을 피우는 것 부터 동식물과 접촉하는 것이 모두 금지됐다'며 처한 제약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촬영지가) 동식물이 관광 자원이자 자산인 갈라파고스 제도이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멤버 박정철이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숨쉬는 것밖에 없어"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연출의 유혹을 느낄 법한 상황이었지만, 제작진은 조작 논란에 혼쭐이 난 듯 그냥 제한된 재료들로 방송분을 채웠다.
야생 동물을 잡을 수 없는 병만족이 라면을 지급받고, 촬영기기인 조명의 열로 물 데우는 모습이 억지로 식량을 구하려는 모습보다 오히려 솔직해서 신선했다.
김병만은 "(동물들에게) 전혀 손을 댈 수 없다.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가이드 역할이 돼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포획이 허가된 물고기를 잡으며 일일이 안전요원에게 확인을 받기도 했다. 그 전 방송보다 지루하긴 했지만, 과장은 확실히 덜어냈다.
방송 직후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에는 '이전 보다 담백해진 것 같아 부담없이 봤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많이 배웠다'며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많은 게 사실. 한 시청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방문객은 물론 에콰도르 국민 조차도 입도 절차가 엄격하다. 제약이 많다는 것에 불만을 늘어놓는 모습을 해외 시청자들이 볼까봐 부끄러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SBS 관계자는 "'조작 논란'이 일어났다고 해서 갑자기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다. 갈라파고스라는 장소 자체가 워낙 폐쇄적이라 위기 상황이 없었던 것 뿐"이라면서도 "논란 이후에 예능국 자체적으로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과장된 표현은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아마존 편도 좀 더 신중하게 편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방송된 '정법'은 전국 시청률 15.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18.1%)보다 2.8%포인트 하락했지만, 동시간대 MBC '위대한 탄생3'(6.9%) KBS 2TV 'VJ특공대'(10.2%)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1위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