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가 인간 승리의 영웅에서 치정 살인극을 저지른 범죄자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14일(한국시간) 여자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쏴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해외 언론은 피스토리우스의 집에서 피묻은 방망이가 발견됐으며, 숨진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남아공 언론 '시티 프레스'는 17일(현지시간) 복수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4일 오전 수도 프리토리아 동부의 피스토리우스 자택 침실에서 피가 잔뜩 묻은 크리켓 배트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피스토리우스의 여자친구인 리바 스틴캄프(30)의 머리가 함몰됐으며, 크리켓 배트에 묻은 혈흔이 스틴캄프의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매체는 스틴캄프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될 당시 잠옷을 입고 있었고 그녀의 아이패드와 여행용 가방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스틴캄프가 사건 발생 전날부터 피스토리우스의 집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여자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쐈다는 피스토리우스의 주장이 의심스러운 증거다.
이와 더불어 피스토리우스의 어두운 이면이 속속 나오고 있다. 피스토리우스가 과거 폭력 전과가 있으며 복잡한 여성 편력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 집중 부각됐다. 그는 2009년 자택에서 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구금된 적이 있다. 또한 영국 주간지 선데이 미러는"스틴캄프가 피스토리우스의 절친인 럭비 선수와 스캔들이 있었다"며 치정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획적인 살해 가능성에 대해 피스토리우스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15일 보석 공판을 위해 법정에 선 피스토리우스는 얼굴을 감싼 채 울음을 터트렸다. 피스토리우스의 가족은 '오인 사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한편 피스토리우스의 에이전트인 피트 반 질은 "피스토리우스가 올해 출전하기로 예정한 모든 육상대회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보석 신청을 낸 피스토리우스의 다음 재판은 19일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획적인 살인으로 판단할 경우 종신형을 구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