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경쟁을 통해 선수를 탈락시킨 일본대표팀은 난 자리가 또렷이 보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일본대표팀은 20일 최종 명단 28명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합숙 훈련을 했던 33명 중 투수 아사오 다쿠야(29·주니치), 야마이 다이스케(35·주니치)와 야수 무라타 슈이치(33·요미우리), 히지리사와 료(28·라쿠텐), 오시마 요헤이(28·주니치)가 탈락해 짐을 쌌다. 아사오는 어깨 부상이 문제였다. 나머지 4명은 경쟁에서 밀렸다.
탈락자 명단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전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마무리 후보였던 아사오가 빠져 뒷문을 지킬 투수를 새로 정해야 한다. 와쿠이 히데아키(27·세이부)와 마키타 가즈히사(29·세이부)등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요다 쓰요시 투수코치는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2선발 마에다 겐타(25·히로시마)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선발의 마무리 전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야수 3명의 공백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은 '스몰볼의 색깔이 약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게 히지리사와는 지난 시즌 54도루, 오시마는 32도루로 각각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1위에 오른 준족이다. 두 선수가 빠져 주전급 중 뛸만한 선수는 마쓰다 노부히로(16개), 이토이 요시오(22개), 초노 히사요시(20개) 정도라고 일본 언론은 말했다.
WBC에서 일본은 발야구로 재미를 봤다. 1회 대회 13개, 2회 대회 11개로 모두 팀 도루 1위를 차지하며 장타 없이도 득점을 올렸다. 3회 대회 일본 대표팀엔 지난 시즌 20홈런 이상 친 타자가 아베 신노스케, 나카타 쇼 둘 뿐이다. 베테랑 이바타 히로카즈(38·주니치)는 "대량득점을 바라긴 힘들다. 1점씩 쌓는 수밖에 없다"고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주장인 아베는 최종 명단이 발표된 20일 선수단을 모아놓고 "떠난 5명을 잊지 말고 33명이 싸운다는 생각으로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동고동락한 동료의 이별에 공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베는 "팀이 만들어질 시기에 대표를 결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투·타 약화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수습해야 할 일본 대표팀은 오사카로 이동해 23일 교세라돔에서 호주 대표팀과 평가전을 한다. 야마모토 고지 감독은 "3월 2일 브라질과 첫 경기 전까지 최상의 전력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