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경기를 이겼으면 좋았을텐데…" 이재구 KEPCO 감독대행은 2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을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길어지고 있는 연패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안방에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않아서였다.
KEPCO는 최근 21연패중이다. 연패는 '20'에서 끝날 뻔 했다. 지난 19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승리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준 KEPCO는 3·4세트을 따내며 경기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마지막 5세트에서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의 기쁨을 가져간 팀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신춘삼 감독 경질 후 첫 승을 노렸던 KEPCO 선수단은 아쉬움을 곱씹었다. 애매한 심판 판정까지 얽혀져 있어 더욱 뒷맛이 썼다.
패배의 후유증은 곧바로 다음 경기까지 이어졌다. KEPCO가 2위 현대캐피탈에 지고,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잡으면서 KEPCO-삼성화재전이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안젤코까지 어깨 부상을 당해 삼성화재전에 나서지 못했다. 건초염 증상을 보여 이틀간 훈련에서 빠진 안젤코는 삼성화재전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이재구 대행은 "과정은 좋았다지만 프로는 결과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긴 하다. 그 경기를 이겼다면 오늘(23일) 삼성화재의 우승이 걸리지 않았을 것 아닌가. 아무래도 남이 우승을 차지하는 걸 보는 건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KEPCO는 지난 시즌에도 안방에서 삼성화재에게 1-3으로 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 시즌에는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라도 진출했지만 올해는 최하위로 처져 아픔은 두 배였다.
이재구 대행의 불길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KEPCO는 안젤코의 빈 자리를 메운 서재덕이 활약을 펼치며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1세트를 쉽게 내줬지만 2세트는 25-22로 따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결국 뒷심 부족으로 3·4세트를 모두 뺏긴 KEPCO는 세트스코어 1-3으로 삼성화재에 무릎꿇었다. 연패도 22로 늘어나고, 안방에서 상대팀의 우승 세리머니까지 지켜본 씁쓸한 KEPCO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