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국과 일본 대표로 각각 출전하는 서재응(36·KIA)과 마쓰이 가즈오(38·라쿠텐). 2004~2005년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둘은 3월2일 개막하는 3회 WBC에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국가대표 생활을 불태운다.
단 둘 뿐인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
이번 WBC에 참가하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에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현역 메이저리거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찬호(40·은퇴)와 추신수(31·신시내티), 마쓰자카 다이스케(33)와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 등이 메이저리거들이 맹활약했던 앞선 대회와 달리 한국은 이대호(31·일본 오릭스)가 유일한 해외파이고, 일본은 자국리그 선수로만 대표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전직 메이저리거가 각각 한 명씩 포함된 공통점이 있다. 양 팀 최종 엔트리에 든 56명 중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는 서재응과 마쓰이 둘 뿐이다.
둘에게는 좋은 기억도 있다. 메츠에서 함께 뛰었던 2005년 마쓰이는 서재응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개인 시즌 최다인 3안타를 두 번이나 몰아치며 승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1월 서재응이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되며 인연이 끊겼고, 빅리그에서 서로 투·타 맞대결을 벌인 적도 없다.
2006년 1회 WBC에 출전했던 서재응과 달리 마쓰이는 아테네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로 뛰지 않았다. 때문에 둘이 국제대회에서 만날 기회도 없었다.
컨디션 최고조, WBC 활약 기대
교체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서재응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선발투수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이다. 대만에서 열린 NC와의 4차례 평가전에서 두 번 마운드에 올라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투수진의 맏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마쓰이도 마찬가지다. 외야수 이나바 아츠노리(41·니혼햄)에 이어 일본 대표팀에서 나이가 두 번째로 많은 마쓰이는 당초 내야 백업요원 후보로 거론됐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일본 대표팀에는 사카모토 하야토(25·요미우리)와 혼다 유이치(29·소프트뱅크) 등 젊고 유능한 내야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4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통해 반전을 이끌어냈다. 2번타자로 출장한 마쓰이는 4타점을 폭발시키며 꽉 막혀 있던 팀 타선에 불을 지피는 첨병 역할을 해냈다. 호주전이 끝난 후 일본 언론은 일제히 '2009년 WBC에서 팀의 중심적 존재였던 이치로와 같은 카리스마를 마쓰이가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주장 아베 신노스케(34·요미우리)도 "마쓰이의 리더십은 팀에 매우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말을 걸어 분위기를 만든다"고 극찬했다. 서재응이 평소 '응원단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대표팀에서도 활력소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