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이 26일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대회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3안타에 그친 타선에 대해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아베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석간 후지는 26일 '아베가 부담감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무라이 재팬'의 중심축은 아베다. 일본 대표팀의 주장과 4번타자, 주전 포수를 맡고 있다. 1인 3역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이 너무 큰 것일까. 아베는 4번의 평가전에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에 그쳤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MVP(최우수선수)를 거머쥐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긴 '침묵'이다. 그는 지난해 타율(0.340)·타점(104개)·출루율(0.429)·장타율(0.565)·득점권 타율(0.358)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홈런은 27개로 2위에 올랐다.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아베가 부진하자 일본 타선도 조용하다. 일본 대표팀은 4번의 평가전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는데, 2패를 당할 때는 모두 1점도 내지 못했다.
주전 포수라는 자리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팀 포수는 각 팀의 에이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리드해야 한다. 국제 경기에서의 스트라이존 차이에도 적응해야 하며, 낯선 타자들의 분석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신경쓸 부분이 많다. 여기에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등 투수진들이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고 있으니 아베의 걱정도 또 하나가 늘었다. 다쓰나미 가즈요시 타격코치가 "합숙에서 항상 팀을 우선해 주었으니 앞으로는 자신의 것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다.
아베가 부진한 사이 백업 포수들이 분전을 하고 있다. 23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아베와 교체돼 마스크를 쓴 아이카와 료지(37·야쿠르트)는 0-2로 뒤진 8회 역전 스리런을 때려냈다. 스미타니 긴지로(26·세이부)는 24일 호주와의 2번째 경기서 아베를 대신해 나선 8회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10-3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들은 교체로 출전한 뒤 무실점으로 투수진을 리드하며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까지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1인 3역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 고지(67) 감독은 타선이 부진하자 타순을 조정하며 시험하고 있지만 '4번 아베'는 고정하고 있다. 대표팀이 확정되기 전부터 야마모토 감독은 아베를 향해 확실한 믿음을 내보였다. 일본은 33명의 후보군을 추려놓고 합숙과 평가전을 통해 지난 20일에서야 최종 28인의 대표 명단을 발표했지만 아베만큼은 예외였다. 야마모토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아베를 "대표의 중심이 되는 멤버"로 낙점했다. 평가가 필요 없이 믿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아베의 위상이 파격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그 만큼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1, 2회 우승에 이어 3연패 달성을 노리고 있다. 아베의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만 진다. 결국 그는 타격폼을 수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린 만큼 당초 "올해는 타격폼 조정 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고 했지만, 깊어지는 부진에는 '타격왕'도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