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5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2승1패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1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1승2패)했던 네덜란드는 2회 대회에선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두 번이나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2승4패)했다. 당시 우연과 행운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또 한 번 우승후보 한국을 제압하는 등 안정적인 투타 전력을 자랑하며 야구팬을 놀라게 했다. 당초 한국과 대만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 B조 전망을 깨트린 '이변'이다.
'퀴라소 군단'의 힘
네덜란드 돌풍의 핵심은 인구 14만명(2010년 기준)의 카리브해 작은 섬 퀴라소다. 네덜란드 자치령인 이른바 ABC 제도(아루바·보네르·퀴라소) 중 하나인 퀴라소는 네덜란드 본토(10명)보다 많은 역대 13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네덜란드는 퀴라소 출신 선수들을 앞세워 32번의 유럽야구선수권대회에서 20차례 우승을 휩쓸었고, 유럽 사상 처음으로 IBAF 야구 월드컵(2011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은 헨슬리 뮬렌(46) 감독을 비롯해 중심타자로 활약한 일본 리그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29·야쿠르트)과 빅리그 통산 434홈런을 터뜨린 백전노장 앤드류 존스(36·라쿠텐)가 퀴라소 출신이다. 여기에 키스톤 콤비 안드렐톤 시몬스(24·애틀랜타)와 조나단 슈프(22·볼티모어)를 비롯해 중견수 로저 베르나디나(29·워싱턴), 투수 샤이론 마티스(26·미네소타) 등도 역시 퀴라소에서 태어났다. 한국전 선발 1~5번 타자가 모두 퀴라소 출신이었다.
활약도 좋았다.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 4번타자 존스는 한국전 4타수 2안타를 포함해 1라운드 타율 0.429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시몬스는 타율 0.308로 1번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슈프도 호주전에서 2회 2점 홈런을 터트리며 '퀴라소 군단'의 힘을 보여줬다.
유망주와 벤치 관록의 조화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입을 눈앞에 둔 유망주들로 팀을 꾸렸다. 젠더 보가츠(21·보스턴)는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선정한 유망주 순위에서 전체 20위에 올랐고, 슈프는 지난해 베이스볼아메리카(BA)가 뽑은 유망주 82위였다.
네덜란드의 강점 중 하나는 코칭스태프다. 한국프로야구 SK에서 잠시 뛰었고 현재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뮬렌 감독은 대회 개막 전 명투수 출신의 버트 블라이레븐(62)을 투수코치로 데려왔다. 블라이레븐은 네덜란드가 배출한 야구 영웅이자 빅리그에서 통산 287승을 거둔 투수다. 지난 2011년에는 네덜란드와 퀴라소를 통틀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블라이레븐의 지도 아래 1회 대회 팀 평균자책점 6.48(16개국 중 11위)에 머물렀던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단 6자책점(평균자책점 2.07)밖에 허용하지 않는 견고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JTBC 해설위원은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가는 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