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김태희'에서 '국민남편''국민사위'로 떠올랐다. 배우 이상윤(31)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에서 재벌 2세 강우재 역을 맡아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우직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아내 이보영의 발을 씻겨주는가 하면 사랑 때문에 울고 우는 순정남의 모습으로 여심을 녹였다. 훈훈한 외모와 185cm의 훤칠한 키는 물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 '엄친아'란 기존 이미지까지 더해져 쏟아지는 사랑을 받았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엄친아' 이미지가 너무 싫어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는 이상윤은 "이젠 마냥 감사하다. 그 캐릭터를 잘 살려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살이 많이 빠졌다.
"극중 우재의 심리상태를 눈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살을 뺐다. 극 중반부쯤 아내(이보영)가 아버지(천호진)·남동생(박해진)의 존재를 숨긴 걸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우재는 아내가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에 힘들어한다. 잠도 못자고 예민해져 가는데 혈색이 좋아보이면 어쩌냐. 몇 주간 저녁을 굶었다."
"자존심 뒤에 숨겨진 연약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사실 극 초·중반에는 연기할 때 몰입이 안 되더라. 의외의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나는 좀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재와의 관점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차곡차곡 쌓인 감정들 덕분에 몰입에 어려움은 없었다."
-이혼한 이보영과 재혼을 결심하며 나눈 키스는 정말 진하더라.
"고민을 많이 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잘 보여야했다. 지문에는 '다가가 입을 맞춘다'고 써 있었다. 다가가서 안고 입을 맞춰야 강렬할지 입을 맞추며 끌어안을지 고민이 되더라. 현장에서 감독님과 보영누나와 계속 의견을 교환한 덕분에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다."
-극중 1등 신부감을 꼽는다면.
"호정(최윤영)이다. 호정이는 남편(박해진)을 믿고 따른다. 남자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여자가 최고인 것 같다."
-출연진끼리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고.
"1월부터 박해진·보영누나·최윤영·이정신·박정아와 전 주에 비해 시청률이 높아지면 밥을 먹기로 했다. 계속 높아지는 시청률 덕분에 금요일마다 모이게 됐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셨다. 술을 마시다가 이메일로 대본이 들어오면 휴대폰으로 확인하며 맞춰보기도 했다."
-술은 누가 제일 센가.
"(이)정신이다. 아무리 마셔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더라. 내 주량은 소주 1병 반에서 2병 정도다. 해진이가 제일 약한 것 같다."
-슬럼프는 있었나.
"데뷔를 준비한 3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오디션을 봐서 뭐가 부족한지 알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더라. 학교까지 다니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쳤다. 하지만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좋은날이 올거라는 생각을 져버지리 않았다. 다행히 그 '언젠가'가 빨리 찾아왔더라."
-어릴 때 꿈은 뭐였나.
"초등학교 때는 초록색 옷을 좋아해서 군인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건축설계를 하시는 아버지가 멋있어 보여서 건축학도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었다. 대입 직전 수능성적과 좋아하는 과목을 고려해 물리학과에 들어갔고 교수가 되려했다."
-13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연기와 관련 없는 학과인데 굳이 졸업을 하려는 이유는 뭔가.
"대학 졸업장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 때도 있다. 근데 작품을 할수록 대학원에서 연기 공부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더라. 그리고 무엇이든 마무리 잘 지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통해 얻는 게 분명히 있을테니까."
-'엄친아' 캐릭터에 만족하나.
"물론이다. 사실 2~3년 전에는 고정된 이미지가 너무 싫어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한 선배의 조언 덕분에 '변화보다 기존 이미지를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한 가지 캐릭터를 깊이 있게 연기할 줄 알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올해 계획.
"일단 남은 5학점을 채우고 8월쯤 졸업을 할거다. 여유를 갖고 차기작을 준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