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쿠바 저격수’ 네덜란드, 사상 첫 WBC 4강 진출
캘리언 샘스의 타구가 높이 떠서 날아갔다. 네덜란드 더그아웃에서는 승리를 확신한 환호가 터져나왔다. 쿠바 중견수 야스매니 토마스는 공을 잡고도 고개를 푹 숙였다. 3루주자 앤드류 존스는 여유있게 홈인. 9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중견수 희생플라이. 아마야구 최강 쿠바가 퀴라소의 전사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네덜란드는 '쿠바 저격수'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네덜란드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단두대 매치'에서 8-7로 승리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를 통과했다. 앞선 1·2회 WBC에서 8강에 진출했던 네덜란드는 3회 대회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유럽 국가 중 WBC 4강에 진입한 것은 네덜란드가 처음. 패자부활전을 통과한 네덜란드는 12일 일본과 2라운드 1조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네덜란드는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서 쿠바를 두 차례나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WBC를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도 5-0으로 승리하더니, WBC 2라운드 첫 대결에서 6-2 승리를 거뒀다. 4강 진출권을 두고 벌인 혈전에서도 승자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11일 경기에서 3회말 앤드류 존스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고, 커트 스미스의 좌전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쿠바는 4회초 호세 페르난데스의 우전적시타와 호세 아브레유의 솔로포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는 쿠바 쪽으로 기운 듯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4회말 안드렐톤 시몬스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하더니, 랜돌프 오두버의 3루 도루 때 나온 쿠바의 엉성한 플레이로 4-2까지 앞서갔다. 오두버의 3루 도루를 예상하지 못한 쿠바 포수 프랭크 모이연은 3루수가 베이스로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송구를 했고, 실책으로 이어졌다. 쿠바는 5회초 1사 1·2루에서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중월 2루타로 다시 4-4 동점을 만들었다.
시소 게임에서, 다시 쿠바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쿠바는 8회초 토마스의 우전적시타로 앞서 갔고, 에리엘 산체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6점째를 뽑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타선에는 힘이 있었다. 8회말 샘스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다셴코 히카르도와 오두버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2사 1루, 쿠바가 안도하고 있을 때였다. 시몬스가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힘껏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도쿄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다시 동점.
9회초 1사 1·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네덜란드는 9회말 1사 뒤 앤드류 존스가 상대 3루수 구리엘의 실책으로 출루한 뒤 스미스와 젠더 보가츠의 연속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았다. 샘스는 디오스다니 카스티요와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4구째 큰 타구를 만들어내며 혈전을 마무리했다. 네덜란드는 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향한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