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북 현대와 광저우 헝다(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끝난 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공식 인터뷰실.
중국 기자들은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이 인터뷰실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냈다. 상대의 의중을 묻는 질문이라기보다 무례한 도발에 가까웠다. 그들은 지난해 조별리그에서 전북이 광저우에 1-5 대패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 기자들의 무례함과 파비우 감독대행의 통쾌한 우문현답은 13일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스포츠계에서 중국의 도를 넘은 비매너가 점입가경이다. 특히 중국 취재진은 상식 밖의 질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중국 취재진의 비매너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대회에 나왔던 비상식적인 에피소드는 이렇다.
# 사례1. 2013년 3월12일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광저우(전주)
중국 기자="전북은 작년에 광저우에 져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번에도 같은 조에 속해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광저우가 강한 것인가, 전북이 약한 것인가"
파비우 전북 감독대행="광저우는 지난해 8강에서 탈락하지 않았나. 전북은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광저우는 어디까지 올라가봤나. 우리는 지난 주말에 지난해 우승팀 울산 현대를 이겼다. 물론 친선경기는 아니었다."
중국 기자="전북이 약하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파비오="더 묻고 싶은게 있다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
# 사례2. 2009년 8월8일 이탈리아 슈퍼컵 라치오-인터밀란(중국 베이징)
중국 기자="중국까지 와서 슈퍼컵에 참가한 걸 보면 세리에A 재정이 많이 악화된 모양이다. 전 세계가 불황이지만 작년 중국은 8% 성장을 기록했다."
무리뉴 인터밀란 감독="재정 상황은 내가 답변할 게 아니다. 나는 축구 감독이지 경제학자가 아니다."
중국 기자="당신이 알고 있는 중국 선수가 있나."
무리뉴="중국 요리에 대해선 평가할 용의가 있지만 중국 선수는 모르겠다."
중국기자="당신 사생활이 문란하다던데 중국 여자를 보면 흥분되지 않나."
무리뉴="중국 축구가 왜 저질인지 이제 알겠다. 중국은 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을 땄지만 축구는 아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기자들의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사례3. 2011년 9월24일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준결승 한국-중국(중국 우한)
중국 기자="경기가 중국에서 열려 심판 판정이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는데 이번 경기도 그랬다고 생각하나."
허재 감독="노 코멘트."
중국 기자="경기 전 중국 국가가 울려퍼질 때 한국 선수들은 왜 움직였는가"
허재="(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XX. 짜증나게."
중국 기자="(허 감독을 향해) 고 백 홈(Go back home)."
#사례4.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단체전(중국 베이징)
중국 기자="(중국 고전을 5분 여에 걸쳐 설명하더니) 우리 선조는 100m 밖에서 엽전을 놓고 그 가운데를 맞혔다. 당신들도 그걸 할 수 있느냐."
박경모(남자 대표팀 주장)="올림픽 무대에 서는 선수들은 다 할 수 있다."
왜 유독 중국 기자들이 이처럼 매너 없는 질문을 쏟아내서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눈총을 받는 것일까.
중국에서 축구 지도자 생활을 오래 했던 이장수 전 광저우 감독은 중국인 특유의 문화도 한몫 한다고 봤다. 그는 "중국인들은 우리와 다르게 예의를 지켜서 말해야 한다는 관념이 희박하다. 문화의 차이"라고 했다.
'우리가 최고'라는 대륙의 당당함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볼 때는 무례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여자 배드민턴 경기가 '져주기 파문'으로 문제가 됐다. 당시 한국은 해당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대해 대표팀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지만, 중국은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영중 세계배드민턴협회장은 "중국은 자신들이 '강대국' '스포츠강국'이란 인식이 너무 강해 다른 나라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중국 특유의 미디어 환경도 문제다.
이장수 전 감독은 "중국에는 축구 기자가 1만명 정도 된다. 그러나 매체 수는 많지 않다. 기사를 실으려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튀는 기사를 써야 주목받을 수 있다. 그래서 엉뚱한 질문을 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