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은 14일 SK와 문학 시범경기에 앞서 정의윤을 더그아웃으로 불렀다. 정의윤이 곁으로 다가오자 그는 "오늘 시합 나가냐"며 타순을 물었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물어본 것이었다. 정의윤은 "네 번째입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몇 타수 몇 안타냐"고 말했다. 정의윤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다. 4경기에 모두 나갔지만 11타석 7타수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 정의윤은 "포볼이 4개입니다"라고 했다가 "그럼 2번 쳐라"며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다.
김 감독은 정의윤을 성장해야 할 선수로 꼽고 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정의윤은 여전히 기대주에 머물고 있다. 2011시즌 상무에서 전역하고 복귀한 뒤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엔 타율 0.283를 쳤지만 홈런이 2개에 머물렀다. 무늬만 거포였다.
홈런왕 출신인 김기태 감독은 정의윤에 "공을 휘둘러선 안 된다. 공을 찢는다는 마음으로 세워놓고 라이너성 타구를 쳐야 120m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정의윤을 종종 따로 불러 조언을 하고 긴장도 불어넣는다. 박병호(넥센)처럼 홈런 타자로 성장해야 할 재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김기태 감독은 정의윤이 물러가자 "잘 될 거 같은데 안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의윤은 이날 2회 초 첫 타석에서 시범경기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했다. 내침 김에 멀티히트를 때리며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공을 찢는 라이너성 타구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망이 중심에 잘 맞혔다.
올 시즌 LG의 4번 타자는 공석이다. 김기태 감독은 이날 "올 시즌은 작년과 달리 4번을 고정하지 않겠다"고 여러 선수에게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해 붙박이 4번이었던 정성훈은 4월 7홈런을 몰아쳤으나 그 후 체력이 떨어져 12홈런에 머물렀다. 확실한 거포가 없다는 약점을 해결하지 못한 김 감독은 "투수 등 상황에 따라 4번 타자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힘이 좋은 정의윤도 4번 타자 후보 중 한 명이다. LG는 이날까지 치른 시범경기에서 정성훈을 3차례, 박용택과 정의윤을 각각 1차례씩 4번에 기용했다. 김 감독은 주장 이병규가 돌아오는 다음주께 중심 타선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