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주연배우 송혜교(31)와 조인성(32)이 촬영장 밖에서도 남다른 궁합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기자간담회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시청자처럼 '조인성 앓이'에 빠져있다" "송혜교의 연기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이도, 데뷔시기도 비슷한 두 사람은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한 '그 겨울'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각각 극중 시각 장애를 앓는 대기업 상속녀 오영과 고아로 자란 전문 갬블러 오수 역을 맡아 남매와 연인 사이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연기력 못지 않게 빼어난 외모로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조인성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떤가.
"촬영 중 '정말로 오영이 왔나' 싶은 생각이 들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눈 앞에서 (송혜교의) 그 미세한 흔들림을 보며 소름이 돋을 정도다. 항상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긴장하곤 한다. 송혜교 덕분에 내 연기도 돋보이는 것 같다."
-또래인 송혜교와 에피소드는 없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생기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오히려 어떻게든 줄여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웃음)"
-화면에 잘 나오기 위해 보정을 거쳐 얼굴을 깎아낸다는 말이 있다.
"그런 소문이 있다. 하지만 사진은 몰라도 동영상을 일일이 편집하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영화에서도 할 수 없는 작업이 아닐까. 화면에 나가는 모습은 우리 얼굴이 맞다.(웃음)"
-극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네가 뭔데 용서를 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라는 송혜교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장 변호사 역을 맡은 김규철 선배의 '언제부터 순수가 유치가 된 거지'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04)에서 보여준 오열신을 뛰어넘을 생각은 없나.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찍었는데, 나중에 울면서 주먹을 먹는다는 식으로 희화화가 됐더라. 그 장면을 뛰어넘으려면 발이라도 입에 넣어야 할 것 같다.(웃음)"
-화이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주고 싶은 사람은.
"얼마 전 촬영장에게는 초콜릿을 돌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주고 싶은 사람은 아직 없다. 사실 화이트데이가 오늘인지, 내일인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감정과잉'의 캐릭터를 맡은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지 않나.
"프로답지 못한 대답일 수 있지만, 저는 '컷'소리와 함께 그 역할에서 빠져나온다. 다시 말하자면, 스위치를 켤 때와 꺼야 할 때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촬영이 끝나면 스위치를 내리고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송혜교
-송혜교가 보는 조인성은 어떤 사람인가.
"조인성과 알고 지낸 지는 오래 됐다. 처음엔 그저 멋있고 잘 생겼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에너지가 많은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조인성과의 호흡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극 중 시각장애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조인성의 눈을 못 보고 연기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목소리만 들으며 연기하다 촬영이 끝나면 집에 가서 모니터를 통해 조인성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제는 배우가 아닌 시청자로서 조인성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오수 앓이'중이라고 할까. 같이 작업하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평소 조인성의 성격은.
"워낙 밝은 성격이다. 평소에도 심각한 감정신을 찍을 때 외에는 너무 재미있게 해 준다. 내가 밝은 사람이 아니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서로 '혜교야' '인성아'라고 부르며 허물없이 지낸다."
-30대에도 티없는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이번에 촬영·조명 감독님을 잘 만나서 화면에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다음에 다른 작품 들어가면 (피부 상태가) 다 틀통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처음 도전하는 시각장애인 연기가 어렵지 않나.
"가끔씩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거나 하는 실수를 한다. 그럴때마다 내가 알아서 컷을 외치고 다시 촬영한다. 초반에는 감정·시선처리 등 모두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몸에 많이 익은 것 같다. 크게 의식 안 하고 감정에만 충실할 수 있게 됐다."
-노희경 작가와의 호흡은 어떤가.
"노 작가님은 '그들이 사는 세상'(08) 때 처음 뵀다. 당시엔 생활 대사가 많아서 만만히 봤던 부분도 있었다. 그 때 놓친 부분을 이번에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님이 내 캐릭터에 대해 '분명히 네 속에 이런 모습이 있으니까 잘 만들어 봐라'고 조언해 주시곤 한다."
-일본 원작의 결말은 해피엔딩, 리메이크 영화의 결말은 새드엔딩이다. 어떤 마무리를 원하나.
"새드엔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의 힘든 모습을 보면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