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37)은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를 앞두고 미소를 지었다. 출전선수 명단에서 홍성흔의 이름 옆에는 숫자 '3'이 씌어져 있었다. 시범경기 들어 첫 1루수 출장이었다.
김진욱(53) 두산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홍성흔의 1루 수비 연습을 지시했다. 홍성흔이 1루수로 나서면 김동주가 3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나가고, 최준석이나 윤석민까지 함께 기용해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김 감독은 "동주와 성흔이가 동시에 나가면 수비에서는 손해겠지만 공격에서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홍성흔도 흔쾌히 김 감독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홍성흔은 19일 "감독님이 말씀하시면 포수도 자신있다. 외야수도 괜찮다. 1이닝 정도는 자신있다. 올해는 감독님 지시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20일 경기에서도 홍성흔은 "제가 수비하는 데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성흔의 1루수 선발 출장은 2009년 6월 28일 대전 롯데-한화전 이후 1361일만이었다. 홍성흔은 "대전에는 안 좋은 추억이 있다"며 "그 때도 1루수로 나왔는데 김민재(현재 두산) 코치 타석 때 번트 수비를 하다가 더듬어서 간신히 아웃시켰다. 동료들이 많이 즐거워했다"고 웃었다. 홍성흔은 경기 전 30개 정도 펑고를 받았다.
홍성흔은 이 날도 동료들을 웃게 만들었다. 4회말 선두타자 정현석 타석 때 다이빙캐치를 시도했다. 빠르게 굴러간 타구는 미트를 맞고 앞으로 굴렀다. 내야안타. 홍성흔은 경기가 끝난 뒤 "수비를 자주 나가지 않는 편이라 공을 막는다는 기분으로 몸을 던졌다"며 "나는 진지했는데 동료들이 많이 웃더라. 벤치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태어나서 그렇게 흙을 많이 먹은 적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비는 전체적으로 평이했다. 상대 한화가 좌타자가 많지 않아 직접 타구가 날아온 건 4회 한 번 뿐이었다. 견제와 포구동작에도 어려움은 없었다. 2회 추승우의 투수 땅볼 때는 투수 김선우와 사인을 주고 받는 등 다소 당황했지만 나머지는 무난했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중에도 '김동주 3루, 홍성흔 1루'를 쓸 수도 있다"며 홍성흔의 1루 기용이 정규시즌에서도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