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트랙 경기장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내년 2월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발전을 위해 남녀 31명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봅슬레이 대표 4명(남자 3명, 여자 1명)과 봅슬레이·스켈레톤 상비군 4명(남자 2명, 여자 2명) 등 총 8명을 선발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이 걸린데다 이달 초 열린 아메리카컵 8,9차 대회에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우승자가 나오면서 선발전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국제대회 우승을 경험했는데도 자발적으로 선발전에 나선 전정린(24)은 "국제 대회 우승을 했지만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경기에 나섰다. 경쟁하는 선수들의 마음도 달라진 게 느껴졌고, 그래서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선발전 방식은 단순했다. 50m 스타트 트랙에서 썰매를 밀어 가장 빨리 달린 선수가 선발되는 것이었다. 5~6초 남짓 되는 짧은 시간동안의 기록만 갖고 순위를 가려 선발했다. 그나마 2010년 8월 스타트 전용 경기장이 생기면서 이러한 선발전이 가능했다. 2009년까지는 일반 운동장에서 체력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뽑았다. 그래도 예년에 비해 초보 선수들의 출전은 적었다. 이용 봅슬레이대표팀 감독은 "초보자들이 많았던 예년과 달리 지금은 꾸준하게 출전해 기량 좋은 선수들이 경쟁력있는 선발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초반 스타트, 순발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썰매 종목에서는 스타트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잠재력있는 선수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래도 초보자들의 출전은 단연 눈에 띄었다. 썰매뿐 아니라 헬맷도 처음 써 본 태권도 선수 출신 정한나(21·중부대) 씨는 "2009년 봅슬레이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똑같은 스포츠니까 도전해볼 만 한 종목이라 생각했고, 스스로 찾아서 지원했다"고 했다. 유일한 일반인 참가자였던 대학생 이현수(21) 씨는 "부모님한테는 놀러간다고 하고 이 자리에 왔다. 홀로 단거리 연습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조용히 준비했다"고 했다. 비록 이들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기회가 되면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최종 발표되는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다음달 8일 공식 소집돼 소치 겨울올림픽 기적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