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이끌 황금 미드필드 라인 '구-기-용'이 뭉쳤다. 이들이 다시 모이는 데는 2년 2개월이 걸렸다.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24·스완지 시티), 이청용(25·볼턴)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 경기에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다. 이들은 유럽에서 소속팀 중심 선수로 활약 중이라 최근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현재 축구대표팀은 공격과 수비가 모두 불안한 상태라 '구-자-용'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절친'이지만 함께 뛸 기회는 많지 않았다. 1989년생인 구자철, 기성용과 달리 이청용은 1988년생이라 청소년 연령대 대표팀에서 함께 뛰지 못했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각각 1989년 2월생, 1월생이라 셋은 절친한 동급생이지만 늘 연령 제한에 이청용이 걸렸다. 23세 이하로 구성된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구자철과 기성용만 나갔다.
축구 대표팀에서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셋이 함께 선발 출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청용은 2011년 7월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해 1년 넘게 쉬었다. 이청용이 지난해 9월 돌아오자 이번에는 구자철이 올림픽 후유증으로 발목을 다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때문에 역대 대표팀에서 미드필드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기-구(기성용-구자철)' 혹은 '쌍-용(기성용-이청용)'으로 나눠서 불렀다.
이번 카타르전은 이렇게 나뉘었던 세 선수가 '구-기-용'으로 뭉치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이들이 A매치에서 함께 선발 출전하는 건 2011년 1월 28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3·4위전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는 아직까지 셋이 함께 뛴 경기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구-기-용'을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주 내내 진행된 훈련에서 이청용과 구자철은 각각 오른쪽 날개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주전을 의미하는 조끼를 입고 뛰었다.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호흡을 맞췄다.
이들 셋은 대표팀의 핵심 분위기 메이커다. 싹싹한 구자철, 유머러스한 기성용, 차분한 이청용이 뭉쳐 밝은 대표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
▶TIP 한국, A조 상황은?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2승 1무 1패(승점 7점)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른 4개 국가보다 1경기 덜 치렀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26일 카타르를 꺾더라도 3위 이란과 승점 3점 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날 열리는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레바논을 꺾으면 여전히 조 2위다. 6월 열리는 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과 3연전에서 언제든지 조 3위 밖으로 추락할 수 있다. 특히 A조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의 경기는 부담스럽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각 조 1, 2위가 월드컵에 직행한다. 하지만 3위가 되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일단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이후에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오세아니아 1위, 북중미 4위, 남미 5위와 대진 추첨을 통해 브라질에 갈 한 팀을 가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