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 가수들의 도쿄돔 러시가 펼쳐진다. 지난 1월 카라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지드래곤·JYJ·2PM·동방신기까지 도쿄돔 공연이 예약된 상태다. 한국에서 소위 A급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모두 도쿄돔 무대를 밟는 셈이다.
그런데 '도쿄돔 러시'의 시점이 참 묘하다. 지난 해부터 급격하게 냉각된 한일관계 때문에 여기저기서 일본내 K-POP위기론이 거세진 것이 요즘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가수들이 일본 공연장의 꽃인 도쿄돔을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한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K-POP 위기론이 거짓일까, 아니면 갑자기 도쿄돔의 문턱이 낮아진 걸까. 궁금증을 풀어봤다.
▶카라부터 동방신기까지
도쿄돔은 도쿄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으로 수용인원은 무려 5만5000명에 달한다.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돔 구장이라는 점에서 일본인에게는 구장 이상의 의미를 주는 장소다. 명성만큼 그간 콧대가 높아 일부 초대형 가수들의 공연만 허용됐다. 해외 팝스타들 중에서도 고 마이클 잭슨과 백스트리트 보이즈·머라이어 캐리 등 '슈퍼급'가수들에게만 개방했다.
한국 가수 중에서는 동방신기가 2009년 처음으로 도쿄돔을 뚫었다. 이후 지난해까지는 이벤트성 합동 공연을 제외하고는 동방신기·빅뱅·슈퍼주니어만이 이 무대를 밟았다. 올해에는 도쿄돔 러시라도 불릴만큼 많은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예정됐다. 1월 카라는 한국 걸그룹 중 처음으로 도쿄돔에 섰다. 4만 5000석을 만석으로 채웠다. 이어 JYJ·2PM·동방신기·슈퍼주니어·지드래곤이 도쿄돔을 밟는다. 한국 가수들만 도쿄돔에서 7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JYJ는 오는 4월 2일부터 4일까지 도쿄돔에서 3일간 총 3회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해 15만여명의 팬들을 만난다. 그간 에이벡스와 법적 소송을 벌이며 일본 활동에 제약을 받아 4년 만에 도쿄돔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짐승돌' 2PM도 '꿈의 무대'에 오른다. 2PM은 오는 4월 20일과 21일 도쿄돔에서 '레전드 오브 투피엠(LEGEND OF 2PM)'이란 타이틀로 단독 공연을 펼친다. 일본에서 데뷔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단독 공연을 펼치게 되는 등 상승세가 놀라울 정도다. 동방신기는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일본 5대 돔 투어에 나선다.
동방신기는 오는 4월 27일 부터 도쿄돔·오사카 쿄세라돔·후쿠오카 야후!재팬돔·삿포로돔·나고야돔을 도는 일본 5대 돔 투어를 나선다. 특시 도쿄돔에서는 3회 공연에 15만명 이상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뱅의 지드래곤 또한 한국 솔로 가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도쿄돔 무대에 오르고, 슈퍼주니어는 2년 연속 도쿄돔 무대를 달군다.
▶도쿄돔 러시 왜?
도쿄돔 공연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본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다. 좌석을 모두 채우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공연을 위해서는 경비와 개런티 포함 50억원 가까운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값을 10만원으로 잡았을 때 5만석이 매진돼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최소 2회 공연을 해야 돈을 벌수 있는 구조다. 일본 가요 기획자이자 일본 신오쿠보에서 K-POP 전용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영 대표는 "이미 동방신기나 지드래곤 같은 톱스타들은 유료 팬클럽을 5만명 이상 거느리고 있다. 한일관계가 안좋다고 해도 실제로 팬들은 별 관심이 없다"면서 "또 한류팬들의 특징은 'K-POP'자체의 골수팬이 많다. 그래서 동방신기 팬이 2PM의 공연도 보고, 지드래곤 공연을 본다. 그래서 일본의 최고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도 하기 힘든 도쿄돔 공연이 한국 가수들에게는 쉬운 것"이라고 전했다.
냉각기 전 K-POP붐을 타고 일본에 진출한 가수들이 이미 현지에서 3~4년씩 활동을 하면서 텃밭을 일궈나 최근 대관자격 심사 문턱을 수월하게 통과하는 것도 그 이유다. 이 대표는 "대관 자격을 갖춘 한국 가수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늘었다. 도쿄돔 대관 심사를 할 때 공연주최사와 아티스트의 공연 실적 등을 두로 본다. 소위 '급'이 되지 않는 가수들은 웃돈을 줘도 공연할 수 없다"면서 "한국 가수들이 현지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근래들어 심사를 많이 통과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동방신기·빅뱅 정도였지만, 이제는 도쿄돔을 채울 만한 팀이 7~8팀 정도로 확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쿄돔은 대관료 외에도 높은 수준의 발권 수수료를 챙긴다. 티켓 가격의 20%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티켓이 많이 팔리는 가수라면 한국·일본 가수 관계없이 돔을 대여해 주기 때문에 대관에 차별은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향후에도 도쿄돔에 설 만큼 신생 인기그룹이 많이 탄생할 것이냐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 신인그룹의 매니저는 "반한류나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한류 분위기가 급격하게 냉각된 것은 사실이다. 일본 방송 출연도 예전만큼 쉽지 않고 출연해도 분량이 적다. 팬덤을 확실하게 잡은 팀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상 신인 그룹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한류도 부익부 빈익빈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