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을 포기한 강민수(27·울산 현대)가 곽태휘(알샤밥)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를 제패한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는 올해도 순항 중이다. 정규리그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사실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곽태휘와 이근호, 이재성, 이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떠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곽태휘와 이재성이 빠진 중앙 수비 공백이 커보였다. 다행히 울산은 경기당 1실점으로 선방하고 있다. 중심에는 '살림꾼' 강민수가 있다.
뼈조각 자라도 참고 뛴 독종
김호곤 울산 감독이 가장 예뻐하는 선수가 강민수다. 강민수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숨은 공신이다. 강민수는 중앙 수비와 왼쪽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고 40경기 넘게 뛰며 궂은일을 도맡아했다. 시즌 도중 오른 발목 정강이뼈와 발이 만나는 부분의 뼈가 자라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심했지만, 이재성이 부상으로 이탈해 정신력으로 참고 뛰었다.
강민수는 지난해 12월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일지 모를 '꿈의 무대'인 FIFA 클럽월드컵 출전도 자진해 포기했다. 강민수는 2013시즌 준비를 위해 이 기간 수술을 택했고, 무려 10cm에 달하는 뼈를 잘라냈다.
강민수의 선택은 옳았다. 비록 FIFA 클럽월드컵을 TV로 봐야했지만 대신 괌-일본 전지훈련을 이 악물고 소화했고, 올 시즌 울산 센터백 제 1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전남 신인 시절 1년간 현역으로 함께 뛴 '센터백 출신' 김태영 울산 코치의 1대1 지도 속에 한층 더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이틀 전 카타르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마치고 친정팀을 깜짝 방문한 곽태휘(알샤밥)도 든든한 강민수를 믿고 편한 마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불명예 킹메이커 아닌 진정한 킹메이커로
강민수의 별명은 '킹메이커'다. 2005년 프로데뷔한 강민수는 지금까지 4번 이적했는데, 두차례 이전 소속팀이 우승하면서 붙은 불명예스런 닉네임이다. 전남이 2008년 강민수가 떠나고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전북이 2009년 강민수를 떠나 보내고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강민수는 진정한 킹메이커로 거듭나고 있다. 강민수는 2011년 울산 유니폼을 입은 뒤 리그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강민수를 오범석과 맞트레이드한 수원은 무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강민수는 이미 전남 시절 FA컵 2회, 수원 시절 FA컵 1회 우승을 이뤄낸 바도 있다. 프로 데뷔 후 우승 횟수만 벌써 5회다. 강민수는 "2년 안에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다. 아직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올해 팀 리그 최소 실점으로 첫 정규리그 우승을 거둘 수 있도록 정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센터백 파트너 선호 1순위
강민수는 센터백들의 파트너 선호 1순위다. 강민수는 자신이 빛나지 않아도 함께 뛰는 중앙 수비를 편하게 해주고, 밸런스를 잘 맞춰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A대표팀 감독들도 강민수를 중용해왔다. 2007년 6월 네덜란드와 평가전에 데뷔전을 치른 강민수는 A매치 경력만 31경기다. 강민수는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에 꾸준히 나섰다. 비록 최종예선 중반부에 부상을 당했지만, 부상 낙마한 곽태휘 대신 남아공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다.
강민수는 겸손한 성격에 안정적인 수비력을 지녔지만 안티팬이 있다. 2010년 12월 결혼식도 행여나 신부가 댓글에 상처를 입을까봐 조용히 올렸다. 아직 강민수가 총각인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 강민수는 2가지 꿈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안티팬의 마음을 돌려 팬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 10월 태어날 2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꿈인 태극마크를 언젠가 다시 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