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무성(46)의 이미지를 한두 마디로 설명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워낙에 폭넓은 캐릭터를 다양하게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소름끼치는 살인마를 연기했던 최무성은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서 기러기아빠 역을 맡아 연민을 자아냈다. 잘 나가는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이면서도 버는 돈은 모두 해외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던 인물이었다. 최근작인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는 어리숙한 김과장 역을 맡아 불륜 연기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5월 첫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언더커버'에서는 폭력조직의 실력자 문덕배를 연기하게 됐다. 체중까지 5kg 감량해 슬림한 몸매로 변했다. 자유자재로 변신을 거듭하는 것 뿐 아니라 연극 연출까지 겸하며 넘치는 재능을 뽐내고있는 '멀티 아티스트'다.
-'연애의 온도'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청담동 살아요'의 느낌과도 비슷해보였다.
"'찌질한 남자'라는 점이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연기를 보여줄순 없었다. 유머코드도 있어 내 몫을 다해 관객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언더커버' 출연을 위해 몸무게를 줄였다던데.
"80kg대였는데 이젠 70kg대가 됐다. '언더커버'에서 맡은 역할이 단순무식한 조폭이 아니라 스마트한 느낌의 인물이다. 날카로우면서도 똑똑한 느낌을 주기 위해 통통했던 인상을 샤프하게 바꿔야했다."
-그 전에도 '조폭' 역을 한 적이 있지않나.
"살인 또는 다른 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연기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스케일이 큰 조직폭력배 간부를 연기한 적은 없다. 말 그대로 '데뷔후 첫 조폭 연기'인 셈이다. 그 전에 연기한 '양아치'나 '깡패'와는 다른 캐릭터다. 좋은 옷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웃음)"
-헤어스타일도 바뀌었다.
"파마를 하고 난 뒤에 '올드보이'의 최민식 선배가 떠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송강호 선배가 이런 머리를 하고 다닌 적이 있어 '비슷한 이미지로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언더커버'에 굉장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큰 기대를 거는 건 아니고 그냥 내 몫을 잘 할수 있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느와르라는 장르가 미니시리즈에서 드문 데다가 맡은 역할의 비중도 커 열심히 만 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아주 잘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과 연기했고 '베를린'에선 한석규와 호흡을 맞췄다. 두 톱스타와 연기해본 느낌은.
"내가 두 선배의 연기에 대해 평할 자격은 없다. 다만 두 분의 특징은 확실히 다르더라. 최민식 선배는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친다. '악마를 보았다' 때도 최민식 선배의 연기가 워낙 강해 나는 같은 살인마 역인데도 일부러 부드러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최민식 선배와 부딪쳐 좋을게 없지 않나.(웃음) 한석규 선배는 카메라가 돌아갈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평소에는 굉장히 점잖고 조용조용한 분인데 촬영이 시작되면 확 돌변한다. '베를린' 때도 설정상 촬영만 시작되면 인상쓰고 욕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재미있었다."
-'악마를 보았다' 이후 악역 제의가 꽤 들어왔을 것 같다.
"좀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무작정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는 가급적 피하고 싶다. 연기자로서 더 이상 보여줄 것도 없다. 또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심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어진다."
-이력이 특이하다. 일본 도쿄비주얼아트에서 영상연출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
"맞다. 원래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영화를 통해서다. 어렸을때부터 '주말의 명화' 등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청소년 잡지를 통해 극회 '로가로세'의 단원 모집요강을 접하고 연극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영상연출을 전공한후에도 연극연출에서는 손을 떼고 싶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연극을 할 때는 연기가 아닌 연출이 좋다. 무대에서 매번 같은 연기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영화나 드라마 스케줄과 꼬여 힘들어진다. 지금도 5월 공연예정인 '친애하는 에두아르'를 프로듀싱하고 있다. 또 다른 연극의 연출도 올해 안에 하게 될 것 같다."
-평상시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남들처럼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아내와의 사이에 4학년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있다. 우리 아들은 운동을 워낙 좋아한다. 아직 연기에 큰 관심은 없는데 재능이 있고 또 하고 싶어한다면 시켜볼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