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신인 김시래(24·178㎝)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큰 복을 불러왔다.
김시래는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플레이로 승리를 이끌었다. 김시래는 포인트가드로 공수를 조율하는 한편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스스로 미들슛을 던져 실마리를 풀어갔다. 김시래의 손끝에서 SK가 자랑하는 3-2 드롭존 지역방어가 무너졌다.
김시래는 챔피언결정전에서만 평균 31분46초를 뛰어 평균 11.3점, 3.7 리바운드, 4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를 3연승으로 누른 4강전에서도 평균 31분51초 나와 평균 12점, 3.7 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신인이 단기전 승부에서 이 정도로 활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김시래가 아주 좋아졌다. 중요한 순간에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현재의 김시래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건 아니었다. 시즌 초중반 김시래는 참담했다. 김시래는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발됐다. 명지대 시절 어시스트 제조기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고 다닌 김시래는 프로에서는 고전했다. 베테랑 가드 양동근과 손발이 맞지 않고, 어이없는 실책으로 팀을 맥빠지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이벌 SK 신인 최부경이 부각되자 김시래는 더욱 위축됐다. 최부경은 큰 키와 좋은 체격을 내세워 SK 정규리그 우승 주역 한 자리를 꿰찼다. 최부경은 이번 시즌 신인왕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시래에게도 '독기'가 있었다. 김시래는 속으로 칼을 갈았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보여주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정규리그 종반 그만의 '티핑포인트(극적인 순간)'를 맞았다. 코트 전체를 한 눈에 보게 된 것이다. 김시래는 "시즌 초반에는 코트에 나가서 정신이 없었다"고 고백하며 "우리 팀의 전술, 수비 등이 몸에 완전히 젖어들자 자연스럽게 경기를 보는 눈이 좋아지고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유 감독의 인내도 김시래를 만개하게 했다. 유 감독은 주위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용했다. 유 감독은 김시래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때로는 "김시래는 기복이 심하다. 아직 주전감이 아니다"고 질책하고, 때로는 "김시래는 물이 올랐다. 이번 챔프전에서 분명 터져줄 것"이라고 했다.
모비스는 우승까지 1승만 남겨두고 있다. 정규리그 1위는 SK에게 내줬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꼭 이루겠다는 각오다. 김시래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김시래는 "원래 긴장을 안 한다. 오히려 우리 팀이 똘똘 뭉쳐 계속 승리해 뛰는 게 너무 재밌다"며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