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5·SK)이 돌아왔다. 이만수(55) SK 감독은 17일 포항 삼성전에서 5-11로 패했지만 "올 시즌 첫 등판한 김광현이 잘 던졌다.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이야기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6이닝 4피안타 3실점(비자책)의 호투를 펼쳤다. 윤석환 본지 해설위원(전 두산 투수코치)은 "김광현의 하체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웠다. 김광현은 안 좋을 때, 투구 뒤 몸이 3루쪽으로 기운다. 17일에는 오른 다리 체중이동이 좋았고, 몸의 중심을 포수 쪽으로 끌고 와서 공을 던졌다. 재활을 완벽하게 마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조마조마했던 첫 등판. 김광현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왼 어깨 재활을 했다. 그의 시즌 첫 등판결과를 모두가 궁금해 했다. 김광현은 씩씩하게 최고 시속 150㎞의 강한 직구를 던졌다. 6회에도 148㎞의 구속이 나왔다. 주무기 슬라이더도 139㎞까지 찍었다. 윤 위원은 "투수들은 힘이 넘칠 때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펼친다. 김광현은 85개의 공으로 6회를 소화했다. 그만큼 공격적이었다. 이 부분도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광현은 42개의 직구, 31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커브는 6개였다. 그리고 자신이 "반 포크볼 혹은 투심, 정확히는 역회전 공"이라고 부르는 공 6개(전력분석원은 '체인지업'으로 표기)를 던졌다.
재활의 완성. 성준(53) SK 투수 코치는 지난해 "광현이는 오랜 재활기를 거쳤다. 팔을 비틀지 않고 던지는 역회전 공을 던졌으면 했는데 본인이 정말 잘 선택했고 좋은 공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성 코치와 전력분석원은 이 역회전 공을 '투심'이라고 했다. 김광현은 "반 포크볼 혹은 투심이다. 확실하고 중요한 것은 역회전하는 공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역회전 공'으로 재미를 봤다. 올해는 복귀전에서부터 역회전 공을 시험했다. 자신감이었다.
사실 첫번째 역회전 공은 제구가 되지 않았다. 1회말 조동찬에게 던진 공이 포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김광현은 씩 웃었다. 그리고 같은 구종 5개를 더 던졌다. 다섯 차례 모두 김광현이 원하는 곳으로 공이 향했다.
김광현는 안산공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직구와 커브만으로도 또래 타자들을 압도했다. 프로에 입단해서는 슬라이더를 연마해 '리그 최고의 구종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 덕에 과감한 승부가 가능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늘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고, 떨어지는 공'에 대해 목말라했다.
2010년 김광현은 서클 체인지업을 배웠고, 시즌 초 간간이 던졌다. 하지만 기존 투구폼이 무너지면서 직구·슬라이더의 위력까지 반감시켰다. 결국 김광현은 서클 체인지업을 포기했다. 2011년에는 포크볼 연마에 힘썼다. 김광현은 자신만의 그립을 쥐었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를 넓게 벌려 공을 잡는다. 하지만 김광현은 두 손가락의 거리를 좁혀 검지를 중지 쪽으로 옮겨 잡았다. 올해부터는 두 손가락이 실밥 근처까지 왔다. 투심 그립이다.
서클 체인지업과 포크볼은 실전 테스트 후 '폐기'됐다. 그러나 투심은 구사율을 높이고 있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김광현은 당시 "나도 '방향이 다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구위를 더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복귀전부터 날카로운 역회전 공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