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 싸이에게나 어울릴 법한 타이틀을 걸고 나온 신인 여성 그룹이 있다. '글로벌 아이콘'의 약자를 쓴 GI(하연 23·원캣 22·은지 21·아이 20·아람 20)가 그 주인공이다. 컨셉트도 팀 이름 만큼이나 세고 강하다. 일명 보이시그룹이다. 긴 머리를 유지하던 멤버 은지까지 머리카락이 잘렸다. 멤버 전원이 짧은 쇼트 헤어를 유지한다. 자신감의 표현인 듯 온 몸에는 치렁치렁한 장신구가 덮였다. 표정에서도 남성 아이돌을 넘어서는 마초적 향기가 물씬 풍긴다.
허무맹랑한 자신감은 아니다. 데뷔곡 '비틀즈'는 '비트를 즐기자'라는 가사 처럼 한시도 쉬어 갈 틈이 없는 강렬한 힙합 댄스곡이다. 멤버들이 남성 아이돌 '뺨 때리는' 강도의 안무를 소화해 곡과 잘 융합됐다. 랩과 노래도 수준급으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데뷔 활동만 놓고 보자면 '글로벌 아이콘'이라는 팀 이름과 제법 잘 어울린다.
-GI(글로벌 아이콘)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팀 이름을 지었다.
"글로벌 아이콘이 되어라. 내지는 되고 싶다는 뜻이다. 한국 활동을 시작해 일본·중국·미국 등으로 뻗어나가고 싶다. 언어도 일본어를 먼저 배우고 있다. 활동이 시작되면 중국어 역시 배울 생각이다."(하연)
-보이시그룹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로 데뷔했다.
"연구 많이 했다. 일본은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보아 선배가 반대되는 컨셉트로 데뷔해 성공한 케이스다. 워낙 튀는 스타일을 좋아하고, 성격도 남성적인 면이 있어서 부담은 없다. '제2의 누구'라는 타이틀이 싫었다. 그러다보니 보이시하면서 실력도 좋은 그룹의 느낌이 확 와 닿더라."(원캣)
-한국에서는 보이시한 걸그룹이 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린 더 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보이시한 걸그룹은 그래도 여자 느낌이 있다. 근데 우린 진짜 남자로 착각할 정도다. 아직 보이시그룹이 한국 시장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우리로 인해 보이시걸그룹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은지)
-성격이 여성스러운 멤버는 없나.
"나랑 은지는 여성스럽다. 내 취미가 요리하거나 청소하는 거다. 글 쓰는 것도 즐기고 뜨개질도 잘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적도 있다."(원캣)
-아이와 아람은 남자로 오해할만 하다.
"난 더 남성스럽게 스타일링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여성성을 아예 잃으면 안 된다고 그런다. 한 번은 머리가 짧은 상태에서 커피숍을 갔는데 한 여자가 내 전화 번호를 물어보더라. 은지 언니랑 둘이 다니면 커플인지 안다."(아이)
"원래 짧은 머리를 즐겼다. 구두 신고 짧은 치마 입고 그러면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학창시절에도 머리가 짧았다. 여고시절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게 무서웠을 정도다. 옷도 남성 쇼핑몰에서 사는 편이다."(아람)
-신곡 '비틀즈'를 소개하자면.
"'비트를 즐겨라'라는 의미에서 비틀즈라고 이름 붙였다. 가사는 약간 센 편이다. 우리도 처음 들었을 때는 공감을 못하기도 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과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 썼다. '가짜 음악 같은 건 안한다. 남들과 다른 것을 한다'는 내용이다."(하연)
-'가짜 음악'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건가.
"외국 스타일을 따라하고 카피하는 거다. 우리는 비슷한 음악보다는 오리지널리티를 잘 살린 음악을 하고 싶다. 우리꺼라는 느낌이 확 드는걸 추구한다."(원캣)
-힌트가 되는 그룹은 있나.
"걸그룹 보다는 남성 그룹을 많이 연구한다. 빅뱅·인피니트 선배들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하연)
-멤버들마다 특징이 있다. 먼저 아람은 걸그룹 멤버로는 이례적으로 프로필 몸무게를 49㎏이라고 적었다.
"나도 45㎏이라고 하고 싶은데 키가 3cm 크면서 몸무게도 늘었다. 속이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다가가는게 팬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코 밑에 점이 있는데 큐빅으로 덧붙인 거다. 팀에서는 메인 보컬을 맡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이정연·김현정 선배를 보고 나도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아람)
-아이는 연기를 했다.
"한림예고에서 연기과를 나왔다. 아직도 연기 욕심이 있다. 중학교 때 무용을 했는데 방송 안무까지 배우다 보니 춤과 무대에 희열이 느꼈다. 초등학교 때는 코엑스에서 춤짱 선발대회도 나가봤다. 6학년 때 지금보다 더 잘췄다."(아이)
-원캣은 피부가 정말 까맣다.
"처음에는 케냐 혼혈이라고 거짓말을 했을 정도다. 태닝을 3번 정도 했다. 근데 너무 까매졌다. 어릴 때는 까만 피부 때문에 놀림도 받았지만 이젠 다르다. 검은 피부가 춤을 출때 자신감을 준다."(원캣)
-은지는 긴머리가 매력인데, 머릴 잘랐다.
"속상했다. 근데 보이시한 자신감은 생긴 것 같다. 아무리 남자 느낌을 준다고 해도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포기했었다. 중고등학생 때도 통금이 오후 6시 반이었을 정도로 부모님이 엄했다. 고3 때 의상디자인으로 대학을 붙었는데 등록금을 환불받고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내 다짐을 보여주기 위해 집까지 나왔었을 정도다."(은지)
-가장 기뻤을 때는.
"매니저 언니가 굉장히 무섭다. 엄마 같은 존재다. 다이어트를 지시해서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은 몰래 먹어야 한다. 한 번은 닭 강정을 몰래 사먹는데 저 멀리서 보니 언니가 지나가는 거다. 원캣이 순간 인스턴트 커피인척 호호 불면서 먹었는데 안 걸렸다. 그냥 지나갔는데 그 때가 가장 기뻤다."(하연)
-가장 화났을 때.
"얼마 전에 세 입 먹은 아이스크림을 뺏겼다. 아몬드를 싫어해서 아몬드 긁어내고 있는데 뺏어갔다. 엄마가 보내준 반찬 뺏겼을 때도 화난다."(아람)
-가장 슬펐을 때.
"아람이 생일 때 편지를 써서 줬다. 거창한 파티는 못해도 멤버들 생일 때면 초코파이 사놓고 파티를 한다. 그날엔 처음으로 편지를 각자 써와 읽었는데 행복하면서 슬프더라. 한 명씩 울기 시작했다. 고된 연습과 데뷔를 앞둔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원캣)
-가장 즐거운 일은.
"요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지하 연습실을 벗어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차를 타고 이동하고 햇빛을 볼 때 살아있구나 싶다. 가끔은 날짜도 모른채 하루 이틀이 지나갈 때도 있다. 한 번은 대치 사거리가 홍수가 침수됐는데도 몰랐다. 농담으로 전쟁이 나면 우리가 알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다."(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