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정준과 지석훈(이상30)은 지난달 18일 넥센에서 트레이드됐다. 필승계투 송신영을 보내고, 1군에서 이렇다할 성적이 없는 2군 야수를 받은 트레이드. 여느 팀처럼 '빅딜'이 아니었기에 주목이나 기대를 받지 못했다.
이적 20일째. 두 사람은 요즘 NC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로 거듭났다. 박정준은 7일 한화전에서 2루타 포함해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8회에는 추승우의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호수비를 펼쳤다. 지난 1일 LG전에서는 1401일 만의 홈런을 치며 NC의 창단 첫 스윕을 이끌었다. 지석훈도 마찬가지. 7일 한화전에서 2루타를 때린 뒤 득점에 성공한 그는, 이적 후 10안타 8타점을 기록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0.678에 이른다. 김경문(55) NC감독은 "안타 하나, 주루플레이 하나에도 절박함이 느껴진다"며 흡족해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외야수인 박정준은 2003년 롯데에 1차 지명 됐다. 동갑인 지석훈은 휘문고를 졸업한 후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현대에 입단했다. 화려한 출발과 달리 그들의 역할은 대수비였다. 그 자리도 지키지 못한 박정준은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2군을 전전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0.352)에 올랐지만, 1군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 야구명가 현대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지석훈도 줄곧 같은 길을 걸었다. 전천후 내야수로 어디에 넣어도 공·수 양면에서 활약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고단했다. 척박한 강진(넥센 2군구장)에서 기약없는 2군 생활을 했다. 박정준은 "미안한 말이지만 강진구장은 시설이 많이 낙후됐다. 야구하는게 쉽지 않을 정도다. 아내는 결혼 직후 처가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보냈다"고 했다. 지석훈은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듣던날을 잊지 못한다. "(박)정준이와 함께 강진에서 들었다. 순간 슬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침내 기회가 온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스파이크를 고쳐매며 '야구를 그만둬야 할까, 야구로 성공하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져본 '주전'타이틀. 하루하루가 꿈 속을 걷는 기분이다. 박정준은 "매일 밤 잘때마다 경기 생각이 난다. 야구하고 싶고, 훈련하고 싶다. 암흑 같았던 출근길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지석훈 역시 "설령 삼진으로 돌아서더라도, 다음에 무엇을 고쳐야 할지 어떻게 칠지 복기한다. 타석에 설 때 제일 행복하다.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적하던 날 밤, 수장이 잡아준 손의 느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석훈은 "이적한 날 감독님께서 '기회가 왔다.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하고싶은 대로 해라. 믿겠다'고 하셨다. 매 순간 그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박정준도 "사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던 기억이 거의 없다.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것같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NC가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NC는 저희에게 희망이에요. 구세주에요. 전부를 걸 마지막 팀이에요." 미안할 만큼 진지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