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36)와의 인터뷰는 '절친'과 나누는 담소처럼 편안하다. 질문과 답이 오가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수다를 떨듯 솔직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마침 이번에 들고나온 '미나문방구'(정익환 감독, 16일 개봉)도 소탈한 최강희의 매력을 잘 살려낸 영화다. 구청 공무원 최강희가 정직을 당한 후 아버지의 문방구를 억지로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어린 시절부터 싫어했던 가게라 당장 팔아버리려고 애쓰지만 제 집처럼 문방구를 들락거리는 초등학생들 때문에 쉽지가 않다. 최강희와 수십명에 달하는 아역배우들이 투닥거리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소소한 행복'에 대해 깨닫게 만들어주는 '힐링무비'다.
-'미나문방구'라는 제목처럼 실제로 문방구에 얽힌 추억이 있나."별다른 추억은 없고 그저 어린시절에 문방구를 좋아했던 것 같다. 문방구 딸이 부러웠다. 그 때는 문방구가 백화점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재미 뿐 아니라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일단 출연제의를 받은 작품중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어내려간 시나리오가 있다면 무조건 출연한다는 주의다. 어떤 시나리오는 서너줄 이상 읽히지 않아 거절한 적도 있다."
-드라마는 그런 기준만 가지고 선택할수 없을텐데."맞다. 대개 4부 정도까지는 대본이 나온다. 딱 그 정도만 읽어도 재미가 있다면 출연을 결정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캐릭터와 전개가 뒤바뀌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워낙 바쁘게 촬영이 진행되니 거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수도 없다. 그럴 때는 정말 사귀기 싫은 애랑 함께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린 아역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라 촬영이 수월하지 않았을것 같다."정말 대단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는데 그 귀여운 아이들이 50명, 100명씩 몰려있으니 힘들어지더라. 유치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존경을 표한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스태프들이 전부 유치원 선생님처럼 행동할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좋아하나."아직은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예뻐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극중에서도 아이들과 시종일관 대치한다는 설정이라 현장에서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변한것 같다. 내가 '아빠! 어디가?'를 재미있게 볼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최근 방영을 마친 '7급 공무원'은 어떤 드라마였나."고생을 좀 하긴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물같은 드라마'였다. 동반출연한 주원도 그렇게 말하더라. 주원·찬성을 비롯해 장영남·안내상 선배 등을 만나게 된게 참 좋았다. 사람들을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고단함이 잊혀질 정도였다."
-10살 어린 주원과 커플연기를 했는데 어색해보이지 않았다."고맙다.(웃음) 주원은 참 귀여운 동생이다. 특히 형들이 그렇게들 좋아하더라. 솔직하고 내뱉은 말에 대해 주변에서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남자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내숭'이 주원에겐 없다. 많은 부분이 나와 닮았다. 끝없이 자신을 낮추는 것도 닮은 부분이다."
-한없이 자신을 낮추다보면 '자학'으로 빠질텐데."맞다. 우리 둘은 정말 대단했다. 연기를 하다가 뭐가 잘 안 되면 서로 '내 탓'이라며 사과를 했다. 우리 드라마의 경쟁작이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타이틀 영상을 보다가 번갈아가며 자학을 한 적도 있다. 먼저 송혜교씨 얼굴이 화면에 뜨니 내가 괜히 미안해지더라. 조인성씨 얼굴이 나오자 주원이 '누나 미안해. 내가 너무 못생겨서'라고 하더라.(웃음)"
-결혼생각도 해봐야할 때 아닌가. "누가 옆에 있어야 현실적으로 생각해볼텐데…. 마흔은 안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마흔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거다.(웃음)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배우와 결혼하는건 내키지 않는다. 나랑 다른 면이 많은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
-배우로선 이례적으로 아이돌 스타같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인기투표 1위로 올라가 인기상을 받을 때마다 나도 신기했다. 크게 잘나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팬카페에 글도 안 남기고 1년에 한번 정도 팬미팅을 갖는게 전부다. 그런데도 팬 분들이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신다. 요즘 친오빠가 운영하는 카페를 매일같이 드나드는데 거기에도 팬들이 많이 오신다. 내가 불편해할까봐 그냥 조용히 차만 마시고 돌아가더라. 정말 우리 팬 분들은 매너가 끝내준다. 박신혜씨 팬덤도 대단하던데 나처럼 팬들 때문에 감동해 우는 적도 꽤 있을거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