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2위팀 간 대결은 최고 흥행카드다. 국내 뮤지컬계에선 각각 '세계4대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과 '최고의 음악 뮤지컬'이란 별명을 달고 다니는 작품 두 편이 흥행 최정상권에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레미제라블'(오픈런,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6월 9일까지, 샤롯데씨어터)다. 뮤지컬의 클래식으로 일컬어지면서도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던 대작들이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도 각각 11개·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레미제라블'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과연 명불허전일까?
'레미제라블' 25주년 버전, 2% 감동 부족
원캐스트에 대극장 오픈런. 한국어판 첫 라이선스 공연인 '레미제라블'의 모험은 자신감으로 보일 만하다. 동명 영화의 흥행으로 관심을 모은 데다 지난 4월 6일 서울공연을 시작한 이래로 관객도 몰리고 있다.
그러나 로렌스 코너가 연출한 '레미제라블' 25주년(2010년) 기념 버전인 이번 무대를 볼 때 의외로 감동의 기운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지 않았다. 회전 무대와 미니멀한 무대로 큰 인상을 남긴 트레버 넌 연출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달랐다. 3시간 20분의 오리지널 공연에 비해 20분 줄어들었고, 주로 영상으로 배경을 표현했다.
더구나 이 공연에서 장발장이 정말 주인공일까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장발장이 빵 한 조작 훔친 죄로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시장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죄수들의 합창인 ‘Look down'까지 포함해 15분 내에 끝난다.
짧은 은촛대 에피소드 하나만으로 장발장은 '천사'가 된다. 장발장이 꼬마 아이 프티제르베의 동전을 빼앗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의 세심한 심리 묘사와 변화는 상당 부분 생략됐다. 여기에 왕당파인 마리우스의 외조부 질르노르망과의 갈등이 쏙 빠지는 바람에 마리우스와 시민혁명군,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관계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뤄졌다. 공연을 20분 줄이면서 캐릭터가 사건에 쫓겨다닌 결과다. 장발장이 공연 전체를 꽉 움켜쥐고 있지 않기에 공연은 장발장, 시민혁명군, 마리우스-코제트-에포닌의 삼각관계로 삼등분된 듯한 인상을 준다. 감정전달이 2% 부족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신 팡틴의 ‘I dreamed a dream', 에포닌의 ’On my own', 자베르의 ‘Stars' 등 주옥같은 넘버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무대도 썩 인상적이지 않았다. 배경 영상은 원작자 빅토르 위고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외엔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에포닌이 'On my own'을 부를 때 칙칙한 막 앞에 혼자 세워두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연출은 제작자가 무성의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레미제라블' 한국 공연 제작사인 KCMI 측은 "한국 공연에서 무대가 좀 더 밝아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우 중엔 시민혁명군을 이끄는 앙졸라 역의 김우형이 돋보였다.
'지저스~' 마이클리·윤도현 폭발력 소름
마이클리·윤도현·정선아가 한 무대에 선 캐스트를 봤다면 운이 좋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세 사람이 함께 한 캐스트는 2004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버전을 '덮어쓰기' 해서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20대의 나이에 제작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높은 음역대 때문에 배우들이 가장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불린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지저스 제발 이건 말도 안돼 / 난 결코 당신뜻 이해못해 / 난 다보여/ 당신이 가려하는 그 길이 결국 시작된 건가'라고 절규하는 유다 역의 윤도현과 신성한 예수의 느낌이 나는 마이클리는 소름끼치는 폭발력으로 관객이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이 완벽하지 않은 건 작은 아쉬움이다.
이번 버전은 예수와 유다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사막을 간단하면서도 상징적으로 형상화했다. 음악이라는 확실한 반찬을 내놓고 다른 것은 거기에 맞추면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