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독일에서 뛰던 정대세(수원)를 만나 박지성(QPR)의 후계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정대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청용(25·볼턴) 선수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청용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우루과이를 상대로 골을 넣은 선수다. 또 맨유 출신 박지성 다음으로 영국 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이기도 하다.
기-구-박이 빠졌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7·8차전 명단에서 대표팀 주축이었던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영(셀타비고)을 제외했다. 이청용이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부동의 우측 날개였던 이청용은 2011년 7월 프리시즌 경기 도중 오른쪽 정강이뼈 이중골절 부상을 당해 9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기나긴 재활을 거쳐 복귀한 이청용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이청용은 지난 3월 카타르와 최종예선 5차전에서는 팀 공격을 이끌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1년9개월만의 국내 A매치 복귀전에서 고군분투했다. 대표팀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청용은 아픈 만큼 더 성숙하고 더 성장했다. 평소 천사표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과 소중함이 더 커져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청용은 카타르전 전후로 "대표팀에 대화가 부족하다", "한국축구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소신있는 발언이라며 이청용에게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붙여줬다.
스물다섯살 이청용은 벌써 A매치 44경기(5골)에 출전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김남일(인천·97경기), 이동국(전북·96경기), 이근호(상주·48경기), 정성룡(수원·47경기) 다음으로 많은 출전수다. 이청용은 프로통산 26골보다 많은 40도움을 올렸고, 태극마크를 달고도 5골보다 많은 9도움을 올렸다. 골보다 어시스트가 많은 플레이는 배려심 깊고 이타적인 성격 탓이다. 이번에도 특급 도우미로서 대표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청용은 올 시즌 비록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재입성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 20경기 연속 선발출전했고, 5골·7도움을 올리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