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떠오르는 여신이 있다. K리그 전문 프로그램인 KBS2 '비바 K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정지원(28) KBS 아나운서다.
정 아나운서는 2010년 KBSN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2011년 KBS 38기 공채 아나운서가 된 뒤에도 꾸준하게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이름을 알려왔다. 지난달 15일 방송부터 '비바 K리그'를 맡고 있는 정 아나운서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진행으로 K리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쁜 외모에 전문 아나운서다운 지식과 매력을 발산하며 새로운 K리그 여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고 보니 그는 K리그를 오랫동안 봐왔던 열혈 팬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스포츠 현장에 갔던 곳이 축구장이었다"고 한 정 아나운서는 "K리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요즘 대세라는 '먹방(먹는 방송)'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 비바 K리그를 맡은지 1달 정도 지났다.
"정말 맡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진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꿈을 이룬 것 같았다. 물론 전임 차다혜 아나운서가 잘 해서 부담도 갔다. 그래도 정통성 있는 K리그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 새로운 축구 여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살면서 그런 말을 언제 듣겠는가.(웃음) 여신이 너무 많아 신전이 넘친다고 하던데 내가 그런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나운서실에서 막내인데 선배들이 '너가 여신이었어?'라며 장난으로 놀리신다. 그래도 다들 좋게 봐주시더라. 김민지 SBS 아나운서와 대결구도로 봐주시는데 라이벌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저 K리그의 가장 친한 친구같은 아나운서로 기억되면 더 좋을 것 같다."
- 원래부터 축구를 좋아했나.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축구장을 다녔다. 2002년 월드컵 때 전 경기 길거리 응원을 다니며 축구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에 20살 때부터 친구들과 틈날 때마다 K리그 경기를 보러다녔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기 티켓을 주는 퀴즈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응모해 당첨됐을 정도로 축구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그때는 룰같은 거 자세히 모르고 그저 경기장 분위기를 좋아했다."
- 프로그램에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고 들었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 때 거리응원을 했는데, 황선홍 포항 감독이 선제골을 넣고 나서 중계 화면에 자막으로 부인 이름이 떴다. 내 이름과 같았다. 그게 생각나서 황선홍 감독과 인터뷰할 때 황 감독의 경기 수첩을 가리키면서 '수첩 안에 정지원이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감독님이 '그 이름은 내 마음 속에 있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답해줬고, 반응도 좋았다. 요즘은 전국 K리그 경기장의 먹거리에 푹 빠졌다. 특히 각 경기장의 쥐포 맛을 비교하고 있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해서 나중에 프로그램에서 경기장 별미를 소개하는 '정지원 먹방' 특집을 선보일까 한다(웃음)."
- 프로그램의 진행 철학이 있는가.
"방송 시간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다. 일요일에 치른 경기를 그날 바로 담아서 편집해 보여줘야 하는 만큼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빡빡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기 전날 밤인 만큼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주는 프로그램으로 꾸며보고 싶었다. 시청자나 출연하는 선수, 감독 모두 힐링이 되는 것 말이다. 친구와 같이 치맥 한 잔 하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 꼭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프로그램에서 진행 위주로 하다가 조금씩 인터뷰도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해보고 싶은 선수들이 많다. 울산의 김신욱 선수는 키카 큰데도 골을 잘 넣고 민첩한 것 같더라. 나도 여자치고는 키가 큰 편(168㎝)인데 운동 신경이 둔하다. 운동 잘 하는 비결을 묻고 싶다. 또 부산의 임상협 선수를 실제로 보니 정말 꽃미남이더라. 여성팬들을 위해 꽃미남 선수 특집이라도 마련해서 모셔보고 싶다. K리그 챌린지에서는 염기훈 선수를 만나보고 싶다. 얼마 전에 염기훈의 아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아들도 왼발을 잘 쓰더라. 아들을 키운 비법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박지성 선수가 K리그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리그 흥행에도 도움 되고, 자연스레 우리 프로그램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 첫 방송 때 의상 때문에 화제가 됐다. (당시 정 아나운서는 목 둘레로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원피스로 볼륨있는 몸매를 과시했다.)
"사실 그때 전혀 섹시한 컨셉을 의도했던 게 아니었다. 옷이 좀 작았는데 급하게 빨리 찍어야 했다. 주의가 부족했다. 방송이 나가고 후폭풍이 세서 한동안 사람들을 피해다녔다. 아나운서실장님이 "자를 들고 다니면서 치마 길이를 잴 수도 없고…"라며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더라. 주변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일단 그라운드에서 제일 예뻐보이게 하는 게 제1의 기준이다. 요즘에는 예쁜 색의 스키니진에 티셔츠를 입는 일명 소녀시대 컨셉처럼 입어볼까 한다."
- 경쟁 프로그램인 SBS '풋볼매거진 골'도 있다.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경쟁 프로그램이라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풋볼매거진골을 진행하는 김민지 아나운서는 개인적으로 아나운서되기 전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다. 상큼하고 귀엽다. 내가 김민지 아나운서의 대항마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배성재 아나운서도 자주 모니터링해주며 응원해주신다.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아 좋다."
- 멘사 회원(IQ 상위 2%들의 모임, 정 아나운서는 IQ 156)이라고 들었다.
"알고 보면 허당이다.(웃음) 전날 다른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다 변기에 빠트렸다. 주변에서 똑똑하다고 해도 일상 생활에서 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거에 많이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게 내 솔직한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 케이블 방송부터 공중파까지 스포츠를 꾸준하게 맡고 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서 목표도 있을 것 같다.
"요즘에는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야구, 축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을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프로그램에 하이라이트 더빙을 한두경기하는데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어떤 종목이 됐던 중계 캐스터에 대한 꿈이 있다. 기회가 되면 스포츠 부문에 석사 공부도 해 좀 더 믿음직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K리그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K리그 경기장에 같이 가 응원하는 모습도 꿈꾼다.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가는 김보민 선배(KBS 아나운서·인천 김남일의 부인)를 보고 부러웠다. 그렇다고 운동 선수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웃음) 내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정 아나운서에게 K리그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남자친구 같다. 늘 기대하게 되고 자꾸 관심이 간다. 알고 보면 숨겨진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다. 그래서 더 많이 알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K리그 올스타전(다음달 21일)이 내 생일(다음달 20일)과 하루 간격으로 열려서 기대가 크다. 내 생에 가장 큰 생일파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