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0·삼성)가 후배 배영섭(27)에게 말을 건넸다. 배영섭은 "네?"라고 되물은 뒤 골똘히 생각했다. "2군에 있었잖아." 최형우가 1년 전을 떠올렸다. 배영섭도 그랬다. 지난 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짧은 대화. 둘에게 위로가 되는 기억을 더듬었다.
최형우와 배영섭은 올 시즌 초반을 무사히 넘겼다. 물론 고민은 있다. 최형우는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 4번타자니까 장타가 나와야 하는데"라고 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 0.331의 정확성을 과시하고 있지만 홈런은 5개에 불과하다. 52개의 안타 중 9개(2루타 4개)만이 장타다. 타율 2위·최다안타 1위를 기록 중인 타자지만 홈런 공동 9위·장타율 13위(0.452)라는 숫자에도 신경이 쓰인다. 배영섭은 24일까지 타격 1위를 지키다, 27일 현재 7위까지 떨어졌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영섭이가 지친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2012년'으로 하면 최형우와 배영섭은 아쉬움을 덜 수 있다. 최형우는 "그때 나란히 내려가서, 같이 올라왔지"라며 웃었다. 지난해 5월21일 최형우와 배영섭은 2군행을 통보받았다. 최형우는 5월21일까지 타율 0.206·11타점에 그쳤다. 홈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배영섭의 타율은 0.207였다. 2011년 홈런(30개) 타점(118개) 1위에 오른 최형우와, 신인왕을 수상한 배영섭의 동반부진에, 삼성은 성적도 하락했다. 지난해 5월21일, 삼성은 15승 1무 18패로 6위였다.
최형우와 배영섭은 5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란히 1군에 복귀했다. 최형우는 이날 류현진(26·현 LA 다저스)로부터 좌월 솔로포를 쳐내며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했다. 배영섭도 2루타를 쳤다. 타격감은 조금씩 나아졌다. 배영섭은 전반기 타율 0.213로 부진했지만 후반기에는 0.283로 회복했다. 시즌 타율은 0.245. 전반기 타율 0.240·5홈런에 그쳤던 최형우는 후반기 0.310·9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71·14홈런.
최형우는 "후반기에 많이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초반 성적이 워낙 좋지 않으니 회복이 어렵더라. 역시 꾸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섭도 "슬럼프에서 빨리 벗어나야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출발이 나쁘지 않다. 최형우는 "작년을 생각하면 지금 성적은 준수한 편 아닌가. 팀 성적도 괜찮다. 확실히 부담이 적다"고 했다. 배영섭은 "지금은 슬럼프라고 부를 수도 없다. 위축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류중일 감독도 1번(배영섭)과 4번(최형우) 타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삼성은 26일 현재 넥센에 불과 0.5게임 뒤진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