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여름용 새 정장을 입고 출국했다. 해외파와 국내파가 함께 단복을 입고 출국한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이다.
축구대표팀이 28일 오전 인천공항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자 공항이 떠들썩해졌다. 뾰족한 갈색 구두와 푸른색 넥타이까지 모두 맞춰 입은 모습이 마치 모델 같았다. 군인 신분인 이근호(28·상주 상무)도 군복을 벗고 정장을 입었다. 막내 손흥민(21·함부르크SV)은 대표팀에서 처음 입은 정장이 어색한 듯 자꾸 옷을 고쳐 입었다.
최고참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은 정장이 익숙한 듯 상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여유롭게 나타났다. 이 모습을 본 신홍기 대표팀 코치가 "남일아. 너 정장 입은 모습이 이주 노동자 같아. 여행 가방도 엄청 크네"라며 놀렸다. 김남일은 "그런가요?"라며 여유 있게 웃었다.
반면 이청용(25·볼턴)은 "내가 봐도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어색하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청용은 2011년 영국 현지에서 정장을 입고 금발의 미녀와 함께 달리는 콘셉트의 노트북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다. 당시 영국 언론 '디스이즈랭커셔'는 "정장을 입은 이청용이 미녀의 손을 잡고 볼턴 시내를 달렸다. 이청용은 한국에서 데이비드 베컴과 웨인 루니처럼 인기가 많은 선수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예선전 원정 경기에 정장을 입고 출국하는 건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2011년 12월 대표팀 감독에 부임하면서부터 대표팀은 원정 경기 출국 때마다 정장을 입기로 했다. 그런데 해외파가 대부분 현지에서 합류해 정장을 입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최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해외파와 국내파가 모여 출국하는 만큼 정장에 신경을 썼다. 여름용 정장을 선수 체형에 맞춰 새로 주문했고, 출국 전날(27일)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