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20)는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유망주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보컬로 활동하며 끼를 펼친것 뿐 아니라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무대에 오르며 활동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솔로가수로 활동해도 문제없을만큼 탄탄한 노래솜씨를 갖췄고 연기 역시 신인이라고는 생각지못할 정도로 능숙해 놀라움을 준다.
지난 9일 열린 제4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가수 더원과 함께 '그 겨울'의 OST '겨울사랑'을 열창하며 축하무대를 꾸며 '아이돌중 단연 돋보이는 가창력'이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 에이핑크 활동과는 별개로 허각과 함께 듀엣곡 '짧은머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이돌'로 데뷔했다는 이유로 정은지에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막상 실력을 확인하고 난뒤엔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이제 갓 '성년'의 문턱을 넘어선 걸그룹 멤버에게 취중토크를 제의한건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다. 흔히 아이돌 멤버들이 거치는 연습생 기간도 없이 바로 데뷔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은지의 성공비결과 성장기, 또 그의 생각들이 궁금했다. 또한, 앞으로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게 될 스타와 술 한잔을 빌미로 친해지고픈 생각도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정은지는 어린 나이에도 또래들에 비해 사고의 폭이 넓었다. 또래 걸그룹 멤버들처럼 '예쁜척'을 하지도 않았다.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털털하게 속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정은지와의 취중토크는 마침 비가 내린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주종은 와인을, 안주는 파스타를 택했다.
▶즐겨마시는 술은 '소맥'
-와인을 택했네요. 좋아하나봐요.
"평소 즐기는 술은 '소맥'이예요.(웃음) 사실 와인은 잘 몰라요. 얼마전 송혜교 언니 때문에 처음으로 마셔봤죠. '그 겨울' 촬영을 마친뒤 어느날 저녁에 혜교언니의 전화를 받았어요.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서 지인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시간이 괜찮으면 오라더군요. 그 자리에서 혜교 언니가 여러 종류의 와인을 따라주면서 설명해줬어요. 아직 맛을 잘 모르지만 한번 더 접해보고 싶은 마음에 와인을 택했어요. 오늘이 세번째예요."
-데뷔한지 2년이 됐네요. 연예인 생활이 좀 익숙해졌나요.
"스케줄을 소화하는 방식 등 일적인 부분들은 몸에 익은 것 같아요. 하지만,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과거에 비해서는 좀 나아진것도 같아요. 예전에는 '연예인이니까'라는 말이 참 싫었거든요. 연예인이라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하고 또 조심해야한다는게 어색했어요. 하지만 이젠 그 부분도 좀 이해가 가네요. 특히 저처럼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하는 경우엔 제 행동 하나가 청소년 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수 있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그대로 받아들일수 있으니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동생 때문이기도 해요. 8살 차이나는 남동생이 있거든요. 동생을 보면서 어린 팬들을 떠올리곤 해요."
-남동생에 대한 감정이 애틋한것 같아요.
"터울이 좀 나는 편이라 제가 업어키우다시피했어요. 애가 애를 업고 다닌거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동생을 돌볼 때도 많았어요. 물론 엄마가 집 근처에서 일을 하며 저희를 돌보긴 했지만요. 사실 그때 저도 어릴때라 동생이 엄마 보고싶다고 울면 따라울곤 했어요.(웃음) 동생이 애교도 참 많아요. '그 겨울'이 방송될때도 제가 '혜교 누나 예쁘지'라고 물어보면 '예쁘다. 그런데 누나가 더 예쁘다'라고 말해주곤 했어요."
-동생이 에이핑크 멤버 중에는 누굴 제일 좋아하던가요.
"일단은 제가 제일 좋대요. 하지만 재차 물어보면 초롱이 누나라고 대답해요.(웃음)"
▶조인성 때리고 바짝 긴장
-제4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어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제가 감사해요. 후보들이 쟁쟁해 기대도 못했거든요. 특히 더원 선배와 축하무대까지 꾸밀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런웨이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나오는데 정말 떨리더군요."
-'그 겨울'에서 조인성·송혜교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출연했어요.
"흔히 이 정도의 스타들은 거만할거란 생각을 하잖아요. 저도 선입견을 가졌던게 사실인데 막상 첫만남부터 잘못 생각했다는걸 알게 됐어요. 오히려 더 겸손한 태도로 현장 분위기를 좋게 이끌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제 출연작을 보셨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인성 선배가 "'응답하라 1997' 재미있게 잘봤다"고 말해주셨고, 혜교 언니도 '주변에서 스태프들이 정은지를 너무 좋아해 나도 많이 궁금해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 말 듣고 많이 들떴죠.(웃음)"
-'그 겨울'에서 선배 조인성씨를 때리는 장면이 나왔잖아요. 촬영할때 좀 긴장됐겠어요.
"아유, 장난 아녔어요. 톱스타 조인성 선배를 때리고 팬들에게 무슨 말을 듣게 될지 걱정이 되기도 했죠. 막상 인성 선배는 '실감나도록 세게 때려'라고 했는데 손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고요. 세번 정도 NG를 냈어요. 한 테이크에 2차례씩 총 6번을 때렸네요. 대신 그 다음 촬영에서 제가 인성 선배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 장면 찍은후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어요."
-조인성씨가 김민희씨와 사귄다는 사실은 몰랐나요.
"전혀요. 기사보고 깜짝 놀랐어요."
-상대역 김범씨와도 각별한 사이가 됐겠네요.
"네, 많이 도와줬어요. 드라마 한 편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초짜'인데 제가 뭘 알겠어요. 헤맬때마다 김범 오빠가 섬세하게 알려줬어요.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도 역시 '선배'더라고요. 제가 주눅들어 눈치를 보고 다니니까 '그러지 말라'고 충고하며 편하게 만들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