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이승화(31)가 보인다. 수비는 명불허전. 고비 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타격도 ‘장점’이 됐다. 불과 5경기. 하지만 이승화는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롯데는 이승화가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1일 현재 3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달 28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한 그는 대주자로 첫 경기에 나섰다. 타석에서는 1타수 무안타. 29일 그는 9번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고, 30일에도 같은 자리에 섰다. 두 경기 모두 3타수 2안타. 30일 두산전에서는 2회초 김현수(25)의 큰 타구를 높이 날아올라 잡아냈다. 공을 잡은 후 펜스를 타고 오르는 재치있는 동작으로 부상까지 막았다. 이승화는 그렇게 날아올랐다.
주말 대구 삼성전에서 이승화는 2번으로 전진배치됐다. 5월31일 경기에서는 1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3회에는 1사 뒤 좌전안타를 기록했다. 이때 특유의 빠른 발을 과시하며 손아섭의 우전안타 때 3루를, 강민호의 3루 땅볼 때 홈을 밟았다. 1일 경기에서는 1회초 1사 뒤 중전안타로 출루해 강민호의 좌전안타 때 득점했다. 이날의 결승 득점(롯데 2-1 승)이었다.
김시진(55) 롯데 감독은 “1번타자 황재균은 도루 능력이 있는 선수다. 2번에 좌타자를 배치하면 (포수가 상대적으로 송구가 어렵기 때문에) 도루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2번 이승화’의 또 다른 장점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김문호의 부상은 정말 아쉽다. 그런데 이승화가 정말 공수에서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1군 선수' 이승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올해도 이승화는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10일 왼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5개월 여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그 사이에 체중도 12㎏이나 줄였다. 무릎에 ‘부하’를 줄이기 위한 자기 보호. 동시에 더 날렵한 야수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승화는 “새로운 체중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새로운 나에게 적응을 했다”고 말했다. 적응은 끝났고 기회가 왔다. 1일 현재 16타수6안타(타율 0.375) 4득점 2타점. 2007년의 이승화를 떠올릴 정도로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를 잘 참아낸다. 그의 출루율은 0.412다.
2007년 이승화는 올스타전을 앞둔 6월20일 왼 손등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전까지 롯데의 1번타자로 활약했다. 강병철 당시 롯데 감독은 “2007년 최고의 수확”으로 이승화를 꼽기도 했다. 그해 이승화의 타율은 0.301였다. 이후 이승화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타율은 떨어졌고, 그의 신분은 ‘대주자·대수비 요원’로 바뀌었다.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 이승화는 “2007년 이후 (롯데 2군 훈련장인) 상동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2군에 오래 있어본 선수들은 1군 무대가 얼마나 행복한지 안다”고 했다. 간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