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크루 비비드(VV:D). 자이언티(24·본명 김해솔)·엘로(22·본명 오민택)·그레이(27·본명 이성화)·로꼬(24·본명 권혁우)·크러쉬(21·본명 신효섭)는 가요계 및 대형 소속사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실력파 아티스트다. 조금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음악을 들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뮤지션' 타이틀을 전면에 내건 이들은 인피니트H '니가 없을 때'·슈프림팀 '그대로 있어도 돼' 등 직접 만든 힙합스타일의 곡들을 쏟아내며 타고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사·작곡·프로듀싱·보컬·랩 등 못하는 게 없어 크고 작은 라이브 무대에 오르는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는 티켓파워까지 갖추고 있다.
비비드는 다섯 명이 함께 활동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개별 활동을 주로 한다. '비비드'란 영어단어의 뜻처럼 구성원들은 원색적이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이들은 "비비드는 그룹이 아니라 '한 배에 탄 선원'을 뜻하는 크루다. 어떤 목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음악의 뿌리와 방향성이 같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많은 선배가수들이 각각의 스타일을 뿌리내리지 않았나. 이처럼 우리 스타일의 음악을 뿌리내리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비비드, 5가지 색깔을 지닌 뮤지션들의 만남
-비비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9년 10월 자이언티 형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형과는 작은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보러 다니면서 알게됐다. 서로 만든 음악도 들어보고 다양한 이야기도 나눠봤는데 나와 생각이 정말 비슷하더라. 하나의 틀처럼 만들어진 형식으로 음악을 만들기 보다 자신의 느낌과 흐름에 따라 만들어가는 작업방식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이듬해 그레이 형, 2012년 여름 로꼬 형, 그 다음 크러쉬가 합류했다." (엘로)
-소속사 개념인 건가.
"그건 아니다. 계약관계가 아니라 추구하는 음악이 비슷해 모인 사람들이다. 공동체 개념에 가깝다." (크러쉬)
-왜 크루 이름이 왜 비비드인가.
"단어 뜻대로 원색적이고 생동감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비비드(VV:D)의 영어 표기가 웃는 모습 같아 보이지 않나. '표기가 귀엽다'는 정말 단순한 이유도 있다." (엘로)
-크루별 포지션은.
"프로듀싱에 흥미를 느껴서 그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래는 랩과 비트를 주로 만들었다.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곡을 모두 만들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 제작을 배웠는데 곡을 만드는 게 정말 흥미롭더라. 다양한 작업을 하고 음악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들이 재밌는 것 같다. "(그레이)
"나는 랩을 주로 만든다. 엘로는 보컬과 멜로디 메이킹·작사, 크러쉬는 보컬과 프로듀싱 쪽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다. 자이언티는 프로듀서 겸 싱어다. 모두가 제각각이라 뭉쳤을 때 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로의 힘을 모아주는 장치가 비비드인 것 같다."(로꼬)
-각자의 개성이 정말 뚜렷한 것 같다.
"자이언티는 음악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다. 실험끝에 새로운 곡을 내기 때문에 비슷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음악적 스펙트럼 자체가 굉장히 넓어 신곡이 항상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듣는 사람들에게 지루할 틈을 안 준다. 크러쉬는 힙합 트렌디곡과 사운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음악의 메시지가 굉장히 뚜렷해서 내놓는 곡 하나 하나가 정말 탄탄하다. 보컬도 특이하고 매력적이다." (그레이)
"엘로 형은 음악적 신념이 확고하다. 기본기도 탄탄하고 보컬의 톤도 다양해서 자유자재로 노래한다. 또 멜로디의 리듬에서 세련미가 넘친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음이 변화하는 걸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크러쉬)
"로꼬 형은 비비드의 유일한 래퍼다. 랩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이 상당하다. 알앤비, 소울 스타일의 랩부터 강렬한 랩까지 가능한 실력파다. 내가 갖고 있던 래퍼들에 대한 편견을 깨준 사람이다.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엘로)
"그레이 형은 장르를 구분짓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음악들을 시도한다. 하지만 형 만의 음악적 주체성을 절대 잃지 않는다. 주로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노래나 랩을 하는 다른 멤버들처럼 수면 위로 나오진 않는 게 사실이다. 멤버들의 기분부터 음악까지 늘 세세하게 신경쓰는 형 덕분에 비비드가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 같다. 근데 잘생기기까지 했다. (웃음)"(로꼬)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크루, '핫'한 집단으로 떠오르다
-모두가 작사·작곡을 한다는 게 눈길을 끈다.
"싱어송라이터는 많지만 크루 전체가 할 줄 아는 건 우리가 처음이 아닐까. 각자의 성향·특성이 달라 최적의 밸런스를 이루는 것 같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로꼬)
-크루끼리 경쟁구도가 그려질 법도 한데.
"사실 나는 크러쉬가 크루에 합류했을 때 살짝 경계했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꾸준히 들어왔고 나름 자부심도 느끼며 음악을 했었다. 하지만 크루들 중 싱글이 제일 늦게 나오게 되자 조바심이 들었다. 게다가 포지션이 똑같은 보컬리스트로 크러쉬가 합류해 더 불안했다. 여러 고민들이 겹쳐 힘들어할 때 크러쉬가 작업을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크러쉬와 '데님 헤럴 티셔츠'를 내고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완전히 해소했다. 함께 작업을 하고 노래를 하면서 알 수 없던 방정식의 엑스 값을 알게된 느낌이 들더라. 나도 몰랐던 나만의 음악적 틀도 허물어버리게 됐다."(엘로)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에 중독돼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앨범부터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까지 모조리 찾아들었다. 나름 폭넓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이언티와 작업을 하면서 그 생각이 철저히 무너졌다. 엘로가 군대에 있을 때 자이언티에게 합류 제안을 받아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음악을 같이 하면서 가요에 많이 나오는 정박에 익숙해져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자이언티가 특유의 리듬감으로 내 귀를 트이게 해 줬다." (그레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섰다. 그 때부터 혼자 작업하는 게 익숙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특히 자이언티 형을 눈여겨봤다. 지난해 10월 공연장에서 형을 우연히 만나게 돼 무턱대고 내 음악을 들려줬다. 이후에 엘로·그레이 형과도 함께 만나는 기회가 생겨 내가 만든 노래를 모두 들려줬다. 나를 좋게 봐준 덕분에 형들이 나에게 합류를 제안해줬다. 형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마냥 즐겁고 재밌다."(크러쉬)
-공연 라인업에 비비드 이름이 올랐다하면 매진이다.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원래 팬 자체가 없었는데 조금씩 생겨나더니 공연장마다 찾아주시는 분들이 확 늘었다. 우리의 음악을 믿고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에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음악과 공연을 보여드리는 거라 생각한다. 서로가 도와가며 새로운 곡들을 꾸준히 자체 생산·제작을 하고있다." (크러쉬)
▶음악시장의 자극제가 될 비비드
-다이나믹듀오·슈프림팀·버벌진트·인피니트 H 등 내로라 하는 뮤지션들과 협업을 많이 한다.
"크루가 만들어지자마자 활발히 작업했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공연장 대기실에 인사를 하러다녀도 보는둥 마는둥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주 음악을 내놓고 활동도 많이 하면서 '함께 작업하자'는 연락이 늘어났다. 함께 일하는 뮤지션들이 제안을 해오니 신기하고 기뻤다." (그레이)
-작업한 곡을 냄과 동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쓴다.
"내가 만든 슈프림팀 '그대로 있어도 돼', 나와 자이언티 형이 작업한 '뻔한 멜로디', 자이언티·그레이 형이 만든 인피니트 H '니가 없을 때' 등이 1위를 해서 정말 기뻤다. 다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어 얼떨떨하고 '으샤으샤'하게 됐다. 각자의 색도 또렷해졌고 계획들도 다양해졌다. 비비드의 활발한 작업을 통해 음악시장에 큰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 (크러쉬)
-크루의 추가 영입 계획은.
"더 이상 영입 계획은 없다. 지금이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똘똘 뭉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엘로)
-10년 후에도 함께 있을까.
"각자의 포지션을 유지한 채 쭉 같이 같으면 좋겠다. 각자 활동을 하더라도 비비드로 모였을 때는 집으로 돌아온 듯 편한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 (그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