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은 때이른 아침부터 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시간도 아닌 오전 11시경부터 야구장에 함성이 울려 퍼진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주최하는 사회인 야구대회 '더 브릴리언트 베이스볼 클래식(The Brilliant Baseball Classic)'의 결승전이 열렸기 때문이다.
6주간의 대장정을 거쳐 이날 결승전에서 맞붙은 '광주 삼호의료재단'과 '서울 와콤'과의 경기는 치열한 접전 끝에 '광주 삼호의료재단'이 7:5로 신승하며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 경기를 관람한 한 관중은 "강속구 투수나 홈런 타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비수들의 실책도 자주 눈에 띄지만 경기는 여느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게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볼거리도 많았다. 현대차 '더 브릴리언트 베이스볼 클래식'의 홍보대사인 양준혁 씨와 이숭용 씨가 등장해 시합전 선수들과 배팅볼 연습을 하며 사인볼 행사를 여는 한편 일산서구 리틀야구단 선수들을 초청해서는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하기도 했다.
만원 관중까지는 아니지만 선수와 팬들이 한데 어우러져 말 그대로 야구 자체를 즐기는 순수한 야구 동호인들의 축제였다.
선수와 팬이 하나되어 순수한 축제를 즐기던 순간, 관중석 일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양신' 양준혁도 갑자기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경기장에 나타난 것.
경기가 열린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은 김 감독이 맡고 있는 고양 원더스 팀이 훈련하는 경기장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의 경기장에서 사회인 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간을 내 방문한 것이다. 야구동호인들의 순수한 열정에 흔쾌히 구장 사용을 허락했다는 후문.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흐뭇한 표정으로 시합을 관람했다.
한편 대회를 주관했던 현대차는 경기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와 간단한 식음료 서비스 등을 제공했는데, 경기를 보러 온 관중은 예상치 못했던 서비스를, 정비를 받기 위해 방문한 고객은 온 김에 경기를 관람하는 바람에 관중의 수가 약 1200명까지 늘어났다. 당초 주최측이 예상했던 500~600명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이번 '더 브릴리언트 베이스볼 클래식(The Brilliant Baseball Classic)'은 올해 처음 열리는 대회지만 규모와 선수편의 측면에선 최고수준이었다.
우승상금 3,000만원, 준우승 1,000만원을 포함해 8강 탈락팀에게 지급되는 200만원, 타격, 타점, 탈삼진왕 등 개인에게 주어지는 모든 상금을 합친 총 상금 규모는 6,200만원으로 국내 사회인 야구대회 최고수준이다.
상금뿐만이 아니다. 참가팀에 대한 편의와 혜택 역시 최고수준이다.
현대차는 사회인 야구 최초의 전 경기 이닝제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 사회인 야구대회 대부분은 시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승부를 보지 못하고 끝나는 시합들이 꽤 많다. 동호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 하지만 '더 브릴리언트 베이스볼 클래식(The Brilliant Baseball Classic)에 참가하면 이런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현대차는 '사회인 야구 최강자전'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순수 아마추어팀들 중 최강팀들만 초청한다. 참가하는데 나이 제한은 없으나 중학교까지 선수로 활동했던 인원은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 또한 각 권역별 최상위 팀 중 KBF(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의 추천을 받은 팀으로만 참가팀을 구성한다.
이처럼 현대차가 이번 대회에 많은 공을 들인 까닭은 앞으로 사회인 야구대회를 현대차의 대표 스포츠 마케팅 아이템으로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프로야구에 비해 홍보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사회인 야구대회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케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이 프로대회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를 주최하고 후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현대차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사회인 야구 후원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김충호 사장은 "단순히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대회를 주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적 성원과 사랑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브랜드인 만큼 동호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응원하고, 스포츠 문화저변 확대를 통해 작게나마 사회에 환원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전한 생활체육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듯 현대차도 더 좋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로 자동차 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사회인 야구 후원이 인기 프로스포츠에만 집중돼 있는 국내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