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로 향하는 길, 값진 선물을 안고 고양 원더스를 떠난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남았다.
독립구단 고양은 지난달 31일 고양시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최근 프로팀에 입단한 선수들의 환송회를 열었다. NC로 이적한 투수 김용성(25)과 포수 이승재(31), 외야수 윤병호(24)·이원재(24),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송주호(25), 넥센 입단이 확정된 내야수 김정록(23)이 주인공이었다. 허민(37) 구단주는 미국 출장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값진 선물을 보냈다. 허 구단주는 하송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로 가는 선수들에게 격려금 1000만원을 전해달라”고 청했다. “원더스에서 성장해 좋은 결과를 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총 6000만원. 허 구단주의 사비였다.
김성근(71) 고양 감독은 “또 한 번 놀랐다. 구단주의 생각이 상당히 깊고 넓다. 야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다. 프로로 향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을 것이다. 선수들이 금액보다 의미를 더 깊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구단주는 여러 차례 “고양 원더스는 도네이션 구단이다. 야구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원더스가 존재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성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나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동을 ‘선물’로 표현했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은 2011년 12월에 창단했다. 이후 허 구단주는 1년에 50억원 가까이 되는 운영비를 기꺼이 투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현장의 요청에 따라 트레이닝 파트를 강화했다. 프로 구단 출신의 강성인(49)·홍남일(39)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하고, 거액을 들여 웨이트 트레이닝실 설비를 완료했다. 그리고 올해 ‘6명의 프로 진출’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안에 10명을 프로로 보내고 싶다”고 했다.
허민 구단주의 경영철학은 “전문가를 영입해 전권을 주는 것”이다. 허 구단주는 지난해 12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기고 ‘이 배우를 쓰라, 이런 장면을 넣어라’고 할 수 있나. 최고의 야구 전문가 김성근 감독님을 모셨다. 감독님이 전권을 갖고 계신다. 원더스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감독님께서 하신다”고 했다. 허 구단주는 ‘프런트’가 아닌 ‘백 오피스’의 역할을 한다. 현장은 김성근 감독에게 맡긴다. 김성근 감독은 “구단의 지원이 고양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허 구단주는 지난해 프로에 진출한 이희성(25)과 김영관(28·이상 LG), 강하승(24·KIA), 안태영(28·넥센), 홍재용(24·두산) 등 5명의 선수에게도 1000만원을 선물했다. 구단의 재산인 선수를 아무 조건 없이 프로에 보내면서 사비까지 냈다. 김성근 감독은 “참 재미있는 사람, 야구계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는 사람”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