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참치캔 업체인 동원이 그린피스가 실시한 참치업계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와 오뚜기 역시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국내 참치캔 브랜드 동원·오뚜기·사조의 어업방식 및 불법어업 여부,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이용 여부 등에 대해 평가한 결과, 세 기업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그린피스가 발간한 국내 참치캔 브랜드 지속가능성 보고서 '한국에는 없는 착한참치'에 따르면, 국내 참치캔브랜드의 참치 어획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양어선들의 과도한 어업능력과 환경파괴적 어업방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아프리카에서 불법 어업으로 처벌 받은 바 있는 동원의 경우 다른 회사에 비해 집어장치(Fish Aggregating Device:FAD) 사용률이 현격히 높으며 참치캔 공급용 외에도 멸종 위기에 처한 남방 참다랑어 등을 다량 어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국내 원양어선들이 사용하고 있는 집어장치(FAD)는 참치를 대량 포획하기 위한 것으로, 어획 목표종인 참치 성어 외에도 치어·돌고래·상어·가오리 등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들이 포획돼 해양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린피스는 집어장치 사용으로 인해 매년 희생되는 혼획 생물의 양이 참치캔 10억개를 채울 수 있는 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동원 외에도 사조와 오뚜기가 집어장치(FAD)를 사용해 잡힌 참치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주요 참치 8종 중 5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에 등재돼있다. 태평양 참다랑어는 이미 원개체수의 95%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 한정희 해양 캠페이너는 "국내 참치캔 업체들은 '멸종위기근접종'으로 분류된 황다랑어로 만든 제품을 '황다랑어 참치'라 이름 붙여 판매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멸종 위기의 참치를 먹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참치 개체수 감소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참치 업체들은 '지속가능한 참치 어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미국·이탈리아의 참치캔 업체들은 멸종 위기의 참치를 구매하지 않고 집어장치 없이 잡은 참치만을 이용하는 등 자국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참치캔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착한 참치' 중 대표적인 것이 집어장치(FAD)를 사용하지 않은 'FAD free 참치캔'이다. 국제수산기구는 참치의 개체수 회복을 위해 매년 일정 기간 동안 어업 회사들의 집어장치(FAD) 사용을 금하고 있다. 한국 참치업체들도 매년 일정량의 FAD-free 참치를 어획하지만 아직 수요가 없고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FAD-free 참치캔'의 국내 시장 출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동원F&B는 그린피스의 주장에 대해 "동원의 집어장치(FAD) 사용률이 가장 높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동원은 해양 쓰레기 투기 방지를 위해 친환경고효율소각기를 사용하고, 돌고래 밀집 지역에서 조업활동을 하지 않는 '돌핀세이프' 정책을 시행하는 등 자발적인 친환경 조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