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44)과의 취중토크는 유쾌하고 또 통쾌했다. 거침없이 술잔을 비웠고 어떤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속시원한 대답을 내놨다. 때로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 마주앉은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으로 굉장히 머리가 비상하고 재치가 넘치는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강용석과의 술약속을 잡은후 대화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아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사고뭉치 국회의원에서 성공한 방송인이 됐을 정도로 굴곡이 많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나온후 제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승승장구하다가 돌연 한마디 말실수에 발목을 잡혀 끝없이 나락으로 추락했던사람이 바로 강용석이다.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는 등 갖은 '기행'을 일삼으며 '비호감'이란 단어를 달고 살던 그가 이젠 JTBC '썰전'과 '유자식 상팔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당당한 발언과 전문 방송인 뺨치는 센스로 방송가의 화제가 됐다.
이 정도면 오롯히 '방송인 강용석'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겠다고 결심할수 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마주 앉은 강용석에게선 쉴새없이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쏟아져나왔다. 소신을 밝힐때는 당당했고 어려웠던 가정사에 대해 말할때는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오히려 지면이 부족해 아쉬움이 클 정도다.
강용석과의 취중토크는 그가 10여년간 살고있는 홍대 인근의 실내포차에서 진행됐다. 주종은 '쏘맥'. 안주는 오뎅탕과 '짜파구리'를 시켰다. 취중토크가 진행된 약 세 시간 동안 소주 2병, 그리고 9병의 맥주를 비웠다.
▶비호감 국회의원에서 호감형 방송인으로
-인기 방송인으로 다시 태어나셨어요. JTBC에서는 '썰전'에 이어 새 프로그램 '유자식 상팔자'도 '대박'을 치고 있어요.
"첫방송에서 4%를 넘어서 고무돼있어요. 지금도 '유자식 상팔자'를 녹화하고 오는 길이예요. 기분좋죠. '썰전'의 인기는 자사 JTBC까지 거침없이 비판하는 과감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방송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적응하시는 것 같아요.
"특정 프로그램에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고해도 인기의 요인은 잘 파악하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제작자의 의도, 시험으로 치면 출제자의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죠. 제가 그런 방면엔 일가견이 있어요. 단 한번도 재수를 해본 적이 없잖아요. 사법고시도 한번만에 패스했고, 중학교때 연합고사는 만점을 받았어요. 그래서 시험 잘보는 방법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요.(웃음)"
-제작자가 원하는게 뭔지 파악하고 따라간게 비법이란 말이군요.
"제작자가 저를 데려다놓고 웃겨주길 바란다, 또 제가 출연하기로 합의를 봤다면 무조건 거기에 맞춰줘야죠. 혼자 잘난 척을 하고 있어봤자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어긋나면 그건 방송에 못나가요. 내려놔야죠. 괜히 헛수고하며 제작진이랑 힘겨루기 할 필요없잖아요. 대신 신뢰할수 있는 제작진과 일하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취중토크도 의도에 맞게 열심히 해보려 노력중입니다. 한 잔 드시죠."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저는 똑같거든요. 과거에 제 점수가 마이너스 10점이었다면 지금은 플러스 3·4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심지어 길거리를 다니면 '원래 팬이었다'며 다가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총선때 길거리에서 어르신들께 야단맞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봤어요.
"그때는 매번 어디만 가면 야단을 맞았어요. 온라인에서도 욕 먹는게 일상이었죠. 그런데 요즘엔 사인해달라며 사진도 찍자고 하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따로없죠. 요즘엔 어르신들 중에서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좀 강단있어 보이시는 분들은 100%예요. 저를 보고 반갑게 맞아주세요. '당신같이 심지 굳은 사람이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시곤 해요. 과거엔 젊은 층 중에서도 살짝 반항기가 있어보이는 분들이 저를 좋아해줬는데 이젠 모범생처럼 보이는 분들까지 '썰전' 잘 보고있다며 웃어주세요."
▶'썰전' 맞수 이철희 소장과는 실제로도 의견차이 심해
-처음엔 '썰전' 출연을 그렇게도 꺼렸다면서요.
"네, 예능 제작진들이 만드는거라 제가 할수 있는게 없을것 같았어요. 자칫하다가 정계복귀는 물 건너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을 해보겠다고 하시던데 심지어 작가분 중에 '전당대회가 뭐냐'고 묻는 분들도 있어 황당했죠. '예능인들이 잘하는게 출연자 호감도 높여주는거다'라는 여운혁 책임 프로듀서의 설득에 넘어갔죠. 그 분이 '우리는 당신을 최대한 이용할테니 당신도 우리를 원하는만큼 이용해라'고 하셨어요."
-정치에 대해 자신감있게 발언하는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연예관련 분석까지 전문가처럼 하시더라고요.
"제가 사실 그 쪽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방송 전에 다루기로 한 부분에 대해 열심히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공부를 합니다. 사실 '미드'(미국드라마)는 좋아해요. 그거 보던 시각으로 국내 드라마도 분석해보곤 하거든요. 좀 다른 시각으로 평가하다보니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썰전'에서 했던 센 발언 때문에 관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나요.
"정치권에서는 몇 분이 전화를 주셨어요. 서운하다고요.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 시절 '저격수'로 살아갈때도 별 다를 바 없었어요. 정치권 저격수의 기본 조건이 '봐주면 안된다'거든요. 친하다고 총을 안 겨누면 그건 저격수가 아니죠."
-'썰전'의 시사비평 코너에서는 '맞수' 이철희 소장님과 진짜로 싸울 듯 긴장감이 넘쳐요. 실제로도 의견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가요.
"방송이라 자제하는거지 실제 의견차이는 더 심할걸요. 방송하면서 처음 만났고 함께 술자리를 가진건 딱 한번 밖에 없어요. 그래도 의견이 다르다고 너무 세게 다투면 다음 주 방송에서 서먹서먹해질테니 조심해야죠. 녹화중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진짜로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있는대로 티를 낼순 없잖아요.(웃음)"
-김구라씨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해주시는거네요.
"김구라씨는 진짜 준비 많이해요. 녹화날은 아침부터 전화도 안 받고 '썰전' 준비만 한다더라고요. 그날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할 정도로 이해력도 좋아요. 방송을 떠나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고 있어요. 굉장히 굴곡이 많은데도 헤쳐나가는걸 보면 대단해요. 요즘 '유자식 상팔자' 찍으면서 양쪽 집안 애들까지 알고 지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