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홈런은 원래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승엽이가 일본에 가면서, 제게 잠시 맡긴 기록일 뿐입니다."
양준혁(44) SBS해설위원이 말했다. 그는 이제 '신기록'을 향해 가는 후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엽은 1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351호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3번·1루수로 선발출장한 이승엽은 팀이 0-7로 뒤진 8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NC 이재학의 2구째 시속 138㎞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비거리 110m짜리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시즌 6호이자, 개인 통산 351호. 홈런 351개는 양준혁(전 삼성)이 갖고있던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과 타이다. 최연소(1321경기·36세 11개월 28일), 최소 경기(767경기)로 타이 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은 경기 뒤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들뜨지 않고, 내일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엽보다 들떴던 이는 따로 있었다. 종전 유일한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였던 양준혁 위원이었다. 양준혁 위원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던 2010년 4월23일 대구 두산전에서 351번째 홈런을 쳤다. 2088경기, 40세 10개월 28일 만에 달성한 기록. 그는 "TV로 승엽이의 홈런을 지켜봤다. 정말 축하한다. 앞으로 오래오래 뛰면서 400개, 500개 홈런을 달성해주길 바란다. 자랑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후배에게 '타이기록'을 내준게 서운하진 않을까. 이승엽은 2003년 통산 324개의 홈런을 끝으로 2004년 부터 일본 무대로 진출했다. 양준혁 위원은 "처음부터 최다홈런 기록은 승엽이 것이었다. 승엽이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벌써 달성하고도 남았다"며 "나는 덕분에 잠시 최다홈런 기록을 잠시 맡고 있었던 것 뿐이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는데 서운할 이유가 있을까. 빨리 신기록을 달성해주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선배는 최다홈런 타이 기록 못지않게 후배의 살아나는 타격감을 반겼다. 이승엽은 지난 14일 마산 NC전서 350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하루동안 2타수 2안타 2득점 6타점을 쓸어담으며 시즌 개인 최다 타점을 올렸다. 이승엽은 "신기록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최근들어 너무 많은 찬스를 날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클래스'의 위력을 보여줬다. 양준혁은 "승엽이의 슬럼프가 길어져서 안쓰러웠다. 어제부터 방망이가 살아나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이제 원래 승엽이의 모습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1997년, 1999년, 2001∼2003년 총 5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3년에는 56번이나 아치를 그려내며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팬들은 당시 야구장에 잠자리채나 글러브를 들고 와 그의 홈런구를 잡았다. 삼성 관계자는 "신기록을 달성한 공을 잡기 위해 야구장에 잠자리채를 들고 오는 팬들이 있을지 궁금하다"라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