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의 본산, 동유럽의 스타들은 ‘아시아 선수’ 손연재(19·연세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16일 끝난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스 2013에 참가한 리듬체조 세계랭킹 공동 1위 안나 리자트디노바(20·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0·벨라루스)는 손연재를 '강한 라이벌'로 지목했다. 이들은 “손연재가 내는 결과나 점수를 봐라. 손연재는 훌륭한 선수다. 우리는 항상 그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리자트디노바와 스타니우타는 올 시즌 각각 두 번의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시리즈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올해 7번 열린 대회에서 절반 이상의 우승컵을 가져갔다. 두 선수는 그 외 대회에서도 상위를 기록해 월드컵 포인트를 합산해 산정하는 세계랭킹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손연재(세계랭킹 6위) 역시 이들과 함께 경쟁중이다. 손연재는 최근 2개 대회(소피아·민스크 월드컵) 연속 개인종합 4위를 차지하며 메달권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2013 세계 리듬체조선수권에선 야나 쿠드랍체바(4위)와 마르게리타 마문(3위) 등 러시아 선수들과 리자트디노바-스타니우나-손연재 등 비 러시아 선수들의 메달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두 선수는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에 큰 일을 해냈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니우타는 “손연재는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는 것이)처음이 아닌가.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덧붙였고, 리자트디노바는 “우크라이나엔 유럽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체조학교가 있다. 거기서 지금까지 많은 선수들이 배출됐다. 그런데 연재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즐비한 이들과 달리 손연재가 불모지에서 핀 꽃이라는 점을 두 선수도 인정했다.
리자트디노바와 스타니우타는 각각 5세, 3세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두 선수는 “수구가 이젠 내 몸 같다”며 함께 웃었다. 리듬체조가 동유럽 선수들의 길고 가는 체형에 더욱 유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중요한 건 체형이 아니라 매트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다. 우리는 모델이 아니다”고 리자트디노바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들은 손연재가 한국적, 동양적인 특징을 살려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니우타는 “손연재가 러시아에서 훈련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손연재가 러시아 스타일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기보다 아시아 출신인 그만의 개성을 살린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지난 런던올림픽 리본 종목에서 오페라 '나비 부인'을 연기하며 수묵 채색화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기도 했다.
리자트디노바와 스타니우타는 “갈라쇼에선 추억을 쌓았지만 대회에선 다시 경쟁 해야한다. 세계선수권에서 연재는 물론 우리 모두 시상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