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6년 만에 귀환 호세, 배영수 “악수라도 해야겠네요”
'악동' 호세(48)가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동시대에 함께 뛰었던 선수들의 '추억상자'가 열렸다.
호세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4시즌(1999·2001·2006~7)을 뛰며 통산 타율 0.309·96홈런·314타점을 기록한 외국인 강타자다. 험상궂은 인상과 매서운 타격 솜씨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롯데 팬들은 '검은 갈매기'라는 별명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타 팀에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라운드 내에서 말썽을 일으켜 벤치 클리어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호세의 '방문' 소식을 접한 류중일(50) 감독을 비롯한 삼성 선수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그때 유독 임창용의 공을 잘 쳤다. 3점 홈런을 치고, 대구에서도 잘 했다"고 추억했다. 류 감독의 기억은 1999년에 멈춰있었다. 호세는 당시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1승3패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린 5차전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렸고, 3승3패로 맞선 7차전 0-2로 뒤진 상황에서 추격의 1점 홈런을 터트려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류 감독은 당시 주전 유격수로 플레이오프를 뛰었다.
그는 "정규시즌 때는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주전으로 나갔다. 그 경기(7차전)가 내 프로 마지막 경기였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1999년을 끝으로 13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호세가 유독 기억이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작 호세와 가장 큰 '인연'이 있는 선수는 배영수(32·삼성)다. 배영수는 2001년 9월 18일 마산 롯데전 7회 2사 1·2루에서 호세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당시 배영수가 타자 훌리오 얀(48)을 맞추자 1루에 있던 호세가 마운드로 돌진해 배영수를 가격했다. 이후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만한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6년 만에 호세의 소식을 들은 배영수의 기분을 어땠을까. 배영수는 "악수라도 해야겠네요"라며 웃어 넘겼다. 이어 "이전에 사직에서 상대했을 때 손에서 공이 풀려 호세 뒤로 공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호세에게 비슷한 공이 날라 갔고, 이후 실수로 얀이 맞자 그랬던 거 같다"며 "호세도 좋은 타자였지만 오히려 우즈(당시 두산)가 더 상대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당시 유격수로 경기를 뛰었던 김재걸(41) 삼성 코치는 "우리팀 선수가 맞는 걸 보고 마운드로 달려갔다"며 "이런저런 생각이 막 들었는데 호세에게 붙어서 말렸다. 하지만 3초 만에 떨어져 나갔다. 힘이 장사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