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김상병'의 리얼한 연기는 11년차 내공에서 나왔다. 배우 김호창은 '푸른거탑'에서 최고 사이코로 불리는 '인간흉기' 김상병으로 열연 중이다.
사악할 만큼 후임들을 괴롭히는 인물이라 어설픈 연기력으로 소화하면 욕만 먹다 끝날 수 있는 캐릭터. 하지만 김호창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극무대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으로 실감나는 '사이코'연기를 보여주여 연기자로 존재감을 줬다.
'푸른거탑'에 출연하기 전까지 김호창의 단골배역은 '주인공 친구'.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이승기 친구, '산부인과' 송중기 친구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알린 그는 SBS 아침극 '당신의 여자'에도 캐스팅됐다.
-종영이 한 달가량 남았다. 대표작이라 아쉽겠다.
"군대생활을 1년 더 한 거 같다. 육군 11사단 포병으로 복무(2006년 제대)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군 생활만 3년째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하. '~다·나·까' 종결어미가 다시 입에 붙었다. 끝나면 멤버들하고 함께 했던 기억 때문에 많이 허전하고 아쉬울 것 같다."
-군기반장 '싸이코 김상병'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독립편성이 되고 감독님께 '캐릭터를 더 살리고 싶다'는 내 뜻을 말해 허락을 받았다. 날 괴롭혔던 군대 선임의 특징, 영화 '레옹'(1995) 냉혈한 게리올드만 캐릭터를 섞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MBC '진짜사나이'도 인기다. '푸른거탑'과 차이는 뭘까.
"'진짜사나이'는 군대에서 하는 훈련과 특수체험을 받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푸른거탑'은 훈련보다는 내무반이나 작업을 하면서 선후임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소하게 보여준다."
-연예계는 어떻게 입문했나.
"연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막연히 연기자가 되고싶어서 학원을 찾았다. 포항에 살았는데 가장 가까운 학원이 대구에 있더라. 2시간 거리를 매일 기차타고 2년 동안 다니며 연기공부를 했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2~3시였지만 정말 행복했다. 학원에서 만든 극단에서 활동도 했다. 초짜였지만 나의 가능성을 보고 좋게 평가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햄릿'과 우리읍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최연소 국립극단 단원 출신으로 알고 있다.
"2006년 제대 직후 단국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동기들이 국립극단 오디션을 보러갈 때 따라갔다. 현장에 가니 연극 입문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출자 선생님들이 심사위원으로 계시더라. 나도 보고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지원서 미제출자는 오디션에 응시할 수 없다고 해서 30~40분간 땡깡을 부렸다. '결과는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 겨우 오디션을 봤다. 근데 놀랍게도 남자단원 합격자 5명에 내 이름이 올랐더라. 입단해서 주연배우로 활동도 하고 세계적인 연극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세계적인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각국의 연극배우들과 연기도 해보고 많은 대화도 나눴다.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
-근데 왜 2009년 SBS 공채 탤런트로 입사했나.
"TV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좀 더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그래서 입단 3년째에 극단을 나왔다. 운좋게도 바로 공채 시험이 있었고 한 번에 붙었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행인1'부터 시작했다. 연극무대에서 주연배우만 하다가 순식간에 단역으로 위치가 바뀌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내가 왜 이렇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날 쓰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소속사 매니저분들이 아침마다 SBS 연출자에게 소속배우 프로필을 돌리는 걸 봤다. 그래서 내 프로필을 뽑아서 매일 PD들에게 돌렸다. 매니저가 없으면 스스로 해야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PD님들께 음료수도 돌리면서 나를 홍보했다."
-그렇게까지 연기자가 좋았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이름을 알리 전에 '푸른거탑' 때문에 코믹한 이미지가 강해진 거 아닌가.
"한가지 장르에 특출난 배우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나는 그 단계를 밟고 있는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