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최다 홈런을 늘려가는 이승엽(37·삼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6일 대전 한화전이 끝난 뒤, 이승엽은 타율 0.225(244타수 55안타)로 규정 타석을 채운 53명 중 52위를 유지했다. 경기 도중 0.222로 최하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안치홍(23·KIA)이 26일 광주 두산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면 이승엽은 타율 최하위에 몰릴 수 있었다. 매 경기가 끝난 뒤 타율 순위표를 확인해야할 만큼 이승엽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승엽 활약=승리' 공식은 여전한데
한국 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 홈런 기록(352개)도 전환점이 되지 못했다. 이승엽은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1-1로 맞선 3회초 1사 1·3루에서 좌중월 결승 3점 홈런을 치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승엽은 이날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고 삼성은 5-2로 승리했다. 이승엽의 3안타 경기는 시즌 세번째였다. 5월11일 포항 KIA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고, 5월21일 대구 LG전에서는 4타수 3안타 1타점을 올렸다. 두 경기 모두 삼성이 승리(KIA전 9-1, LG전 8-4)했다.
'이승엽의 활약=승리'라는 공식은 유효하다. 하지만 '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26일 한화전 0-0으로 맞선 4회초 1사 2루 득점 기회에서 2루 땅볼에 그쳤다. 삼성은 4회말 수비 때 선취점을 내줬다. 홈런 기록 달성 후, 21일 대구 LG전부터 이어온 무안타 행진이 15타석까지 늘었다. 이 사이,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볼넷마저 없다.
이승엽은 6회초 2사 1·2루에서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4구째 폭투가 나오면서 2사 2·3루. 이승엽은 한화 선발 이브랜드(30)와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었다. 6월 들어 이승엽이 얻은 첫 볼넷이다. 이승엽은 5월30일 인천 SK전 이후 27일·17경기 만에 볼넷을 얻었다.
상대 투수들이 이승엽을 더이상 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승엽은 5월 22경기에서 11개의 볼넷을 얻었다. 위기 상황이 오면 투수들이 이승엽과의 승부를 꺼렸다. 하지만 이승엽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투수들이 이승엽과의 승부를 택했다. 이제 이승엽은 끈질긴 승부를 펼쳐야 볼넷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승엽의 출루는 팀에 힘을 안긴다. 26일에도 이승엽이 만루 기회를 이어가자 박석민이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승엽은 8회 좌전안타를 치며 무안타 행진까지 끊었다.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타율이 1리 상승했다. 안치홍의 추격을 겨우 따돌렸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승엽은 위기감에 시달린다.